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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무뚝뚝한 어투라도… 편지만 보내주신다면"

■작가의 편지

마이클 버드·올랜드 버드 지음, 미술문화 펴냄





오늘날 우리가 서로에게 건네는 인사는 가볍고 빠르고 흔하다. ‘ㅋㅋ’ ‘ㅎㅎ’ ‘ㅇㅇ’ 처럼 글자라고 부르기엔 민망한 극도의 줄임말이나 깜빡거리는 이모티콘으로 SNS 상에서 안부를 묻고, 축하하고, 때로는 위로한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라고 해서 사람의 마음마저 얕아진 것은 아니다. 시대가 변해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걱정하는 마음은 여전히 깊고 넓다. 그렇기에 꾹꾹 눌러 쓴 손 편지를 주고 받던 시절이 문득 그리워지기도 한다.

신간 ‘작가의 편지’는 소설가, 시인, 에세이스트, 극작가 등 작가 94명이 쓴 편지 94통을 수록한 책이다. 마크 트웨인, 버지니아 울프, 마르셀 프루스트, 헤르만 헤세,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제인 오스틴, 수전 손택 등 각 시대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편지를 소개한다. 저자들의 말처럼 훌륭한 편지를 쓰려고 위대한 작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글 잘 쓰는 작가들은 편지도 잘 쓴다. 시인 바이런은 혼자 지내면서도 친구와 함께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써 편지를 사랑했다고 한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내 모든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로 유서를 대신했다. 엘리자베스 배럿은 로버트 브라우닝에게 ‘당신의 무뚝뚝한 어투와 틀린 맞춤법까지 좋아한다’고 편지를 통해 고백한다. 이처럼 작가들은 누군가를 향한 애정 갈구도, 삶에 대한 회한도, 창작에의 열망도 편지 한 장에 진심을 담아 최고의 문장으로 녹여냈다.



책은 각 편지들을 8개 소주제에 맞춰 소개한다. 1부는 저명한 작가들이 무명 시절에 쓴 편지, 2부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로 구성돼 있다. 또 역사적 사건이 담긴 편지, 사랑하는 이에게 보낸 편지, 고비와 맞닥뜨린 작가들의 편지, 작가들의 문학 사업과 관련한 편지, 작가들이 거장의 반열에 올랐을 때 쓴 편지, 작가들의 작별 편지 등 가장 사적인 감정부터 사회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 담긴 편지까지 한 권의 책에 담겼다. 책은 한쪽에 작가의 육필 편지 스캔 본을, 다른 한쪽에는 편지 내용과 함께 편지를 주고 받던 시절의 시대 현실과 인물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는 글을 실었다.

저자들은 작가들의 편지를 하나의 문학 작품으로 바라본다. 편지 역시 삶에 대한 작가들의 기록이고 예술의 순간이라고 말한다. 편지의 행간에서 어떤 사건이 작가의 삶에 미친 영향과 이후 다른 작품의 탄생에까지 미친 파장도 읽어볼 수 있다.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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