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에서 다세대와 연립주택 등 이른바 빌라의 거래량이 아파트를 넘어설 전망이다. 아파트 규제와 가격급등, 거래절벽이 겹치면서 나타난 이례적 현상이다. 시장에서는 아파트 매매 거래는 점점 줄어드는 반면, 내년 임대차법 시행 2년을 맞아 빌라 구매 수요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서울시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올들어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시의 빌라 거래량은 5만292건으로 같은 기간 아파트 거래량(3만9,573건)을 1만 건 이상 넘어서고 있다. 서울에서 연간 기준 빌라 거래량이 아파트를 넘어선 것은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월별로도 올해 내내 빌라의 거래량이 아파트 거래량을 앞서고 있다. 지난해 12월의 경우 아파트 거래량이 7,543건으로 빌라(5,511건) 보다 많았지만 올 1월 빌라(5,857건) 거래량이 아파트(5,796건)을 초월한 이후 11개월 째 빌라 거래량이 더 많다. 주택 거래는 아파트 선호현상에 따라 통상 아파트가 더 많이 거래되는 패턴이 일반적이다. 2006년 이후 지난해까지 두달 연속 빌라 거래가 더 많은 경우가 3차례에 불과할 정도다. 11개월 연속 빌라 거래 우위 현상 역시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아파트와 빌라의 거래 역전은 우선 규제영향으로 아파트 거래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파트 거래량은 11월까지 7만3,644건이었던 반면, 올해는 이날 현재까지 4만건에 못미치고 있다. 반면 아파트 가격 급등에 '빌라라도 사자'는 내집마련 수요는 지난해 이후 지금까지 여전하다. 특히 서울의 경우 빌라는 아파트와 달리 매수하더라도 전세자금 대출을 별도로 받을 수 있어 갭투자 전략이 가능하다. 여기에 일부 증여용 구매수요도 가세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연구위원은 "내년 8월 이후 임대차법 2년을 맞아 기존 계약이 만료되는 세입자들이 오른 전세값에 반전세로 가거나, 중저가 주택 구매에 나서 빌라 수요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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