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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IPO 재추진…'풋옵션 분쟁' 끝내나

내년 상반기 코스피 상장 목표

자금 조달·신사업 투자 활용 기대

신창재, FI와 악연 끊고 경영 집중

어피너티측은 투자금 회수 가능





교보생명이 3년 만에 기업공개(IPO)를 다시 추진한다. 지난 9월 국제상업회의소(ICC)의 국제중재재판에서 사실상 승소했지만 어피너피 컨소시엄과 기나긴 갈등이 풀리지 않자 상장 카드를 통해 출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교보생명이 내년 상반기 코스피시장에 상장하면 어피너티는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고 신창재(사진) 회장도 재무적투자자(FI)와의 악연에서 벗어나 경영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금·성장 동력 확보로 금융지주사 초석 다진다=17일 교보생명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그동안 주주 간 분쟁 등으로 정체돼 있던 IPO 절차를 재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음 달 중 한국거래소에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내년 상반기 중에 IPO를 완료할 계획이다. 교보생명의 IPO 추진은 오는 2023년부터 적용되는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대비해 자본 조달 방법을 다양화하고 장기적으로는 금융지주사로의 전환을 위한 초석을 다지기 위한 것이다.

교보생명 측은 “IPO 성공으로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통한 성장 동력 확보는 물론 신사업 투자 활용, 브랜드 가치 제고, 주주 이익 실현 등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동안 규제 불확실성과 초저금리 장기화로 생명보험사 주가는 저평가 국면에 있었으나 최근 시장금리 상승 등으로 투자 여건이 다소 개선된 상태다. 금리 인상은 생보사들에 호재다. 보험사는 보험료의 상당수를 채권으로 운용하는데 금리가 오르면 보유 채권의 이자 수익이 늘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이 IPO에 성공한다면 동양생명(2009년), 한화·삼성생명(2010년), 미래에셋생명(2015년), 오렌지라이프(2017년)에 이어 국내 여섯 번째 상장 생보사가 된다. 교보생명은 대형 보험사 중 유일한 비상장사로 마지막 남은 보험 업계의 ‘대어’로 꼽혀왔다. 교보생명은 구체적인 공모 규모와 시기는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확정할 계획이다. 교보생명 측에 따르면 회사는 상장 예비심사를 위한 기업 규모, 재무 및 경영 성과, 기업의 계속성 및 안정성 등의 조건을 모두 충족한 상태다. 현재 전자증권 전환 등 실무적인 제도 도입을 진행하고 있다.



◇어피너티와의 해묵은 분쟁, IPO로 끝내나=교보생명은 2018년 12월에도 IPO 추진을 공식화하고 2019년 중 코스피 상장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신 회장은 상장을 ‘제2의 창사’라고 밝히는 등 기대가 컸다. 그러나 어피너티 컨소시엄과 발생한 국제중재가 2년 반 이상 이어지며 IPO 절차도 답보 상태에 놓였다. 어피너티 측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IMM PE·베어링 PE·싱가포르투자청 등으로 구성된 FI다.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교보생명 지분 24%를 매각할 당시 신 회장이 ‘백기사’로 끌어들였고 어피너티는 교보생명이 2015년 9월까지 IPO를 하지 않으면 쓸 수 있는 풋옵션을 신 회장과 체결했다.

어피너티 측은 신 회장이 IPO 약속을 어겨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졌다며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하고 다음 달에 주당 가격 40만 9,912원(총 2조 122억 원)을 제출했다. 이에 신 회장이 풋옵션 행사를 무효라고 주장하자 어피너티는 2019년 3월 ICC에 국제중재를 신청했다. 올 9월 ICC 중재재판부는 풋옵션 계약이 유효하고 신 회장이 계약을 위반했다고 판시하면서도 딜로이트 안진이 제시한 풋옵션 행사 가격은 인정하지 않았다. 교보생명으로서는 절반의 승소에 그치면서 풋옵션 계약을 이행해야 하는 의무를 안게 된 셈이다.

교보생명이 IPO에 나서면 어피너티 측도 블록딜 등을 통해 교보생명 주식을 팔고 빠져나가면서 양측의 갈등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장기간 분쟁 과정에서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진행한 신 회장의 보유 주식에 대한 가압류 문제도 풀릴 수 있다. ‘최대 주주 의무 보호 예수’라는 한국거래소의 상장 요건을 맞추려면 어피너티 측이 주식 가압류를 해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ICC 중재판정부의 판결로 양측이 채권·채무 관계에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양측은 여전히 ‘어피너티 측이 안진회계법인과 풋옵션 가격을 부풀려 이득을 취할 목적의 공모가 있었다’는 판단을 두고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어피너티 측은 그동안 IPO가 되지 않아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해 풋옵션을 행사했다고 해왔는데 이제 교보생명의 IPO 추진에 적극 협조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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