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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이번엔 '쌀값' 압박…"물가 상승 불쏘시개 될 수도"

李 "쌀값 하락 없도록 선제대응

초과생산 27만톤 시장격리해야"

올 쌀 가격 평년 수준과 비슷하고

민감도 높아 기대인플레 자극 우려

정부 "추가수매 필요성 적다" 했지만

與 대선 후보의 요구에 고민 깊어





정부가 쌀을 직접 사들여 쌀값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여당 대선 후보의 주장에 당정 갈등이 다시 불거질 태세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요구를 힘겹게 버텨왔는데 이제는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까지 나서 정부가 쌀을 더 구매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 생활과 직결된 쌀값마저 들썩이면 그렇지 않아도 고공 행진하고 있는 물가 오름세를 더 부추길 수 있어 정부의 고민은 깊다. 일각에서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암호화폐, 국토보유세 등에 이어 이제는 농민들의 표를 의식해 쌀값까지 흔들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온다.

25일 정치권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이 후보는 “쌀값 하락이 없도록 선제 대응하겠다”며 “쌀 27만 톤을 즉시 시장 격리해 농업인의 걱정을 덜겠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이 후보는 “올해 쌀 생산량이 전년 대비 10.7% 증가했는데 쌀 소비량이 줄면서 수요 대비 27만 톤이 과잉 생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농촌 지역에 기반을 둔 의원들을 중심으로 시장 격리 요구가 지속됐는데 이 후보도 여기에 가세한 것이다.

시장 격리란 쌀값이 급락할 때 정부가 물량을 사들여 가격을 끌어올리는 제도로 농가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마련된 수단이다. 관련 규정을 보면 쌀의 초과 생산량이 예상 생산량 대비 3% 이상일 경우 정부는 시장 격리를 단행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은 383만 톤으로 전망되는데 수요는 이에 못 미쳐 20만 톤 이상의 초과 생산분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과 생산량 비중이 5% 이상으로 규정치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 후보가 시장 격리를 주장하는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정부는 초과 생산량은 시장 격리를 발동하기 위한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시장 격리 발동을 위해서는 쌀 생산량뿐 아니라 시장 여건을 두루 살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시장 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쌀값을 보면 이달 5일 기준 산지 쌀값은 20㎏당 5만 3,643원으로 지난해 같은 때(5만 3,851원)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과거 시장 격리를 단행했을 때와 비교해보면 더 높다. 2016년 이후 정부는 두 차례 시장 격리를 시행했는데 당시 쌀 가격은 3만 2,959원(2016년), 3만 3,176원(2017년)이었다.

물가 오름세도 감안해야 한다. 10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2% 올라 9년 9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달 들어서도 원자재 값은 계속 오르고 단계적 일상 회복에 따라 소비까지 늘면서 정부 관리 목표치인 연간 물가 상승률 2%를 지키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특히 주식인 쌀은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민감도가 높다. 쌀이 포함된 농산물의 가중치가 여타 품목에 비해 낮아 쌀값 인상이 소비자물가에 직접 미치는 절대적인 수치는 크지 않을 수 있지만 국민 소비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하기 어렵다. ‘쌀값이 오르는 것을 보니 곧 다른 물가도 오르겠지’라는 생각에 소비자들이 다른 물건을 앞당겨 사게 되면 결과적으로 전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초 논의 끝에 ‘현재는 시장 격리를 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가 이 같은 입장을 끝까지 고수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시장 격리를 시행하겠다’는 이 후보의 발언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했다”며 “여권이 예산부터 세제까지 정부와 사전 논의 없이 정책을 내놓고도 어지간하면 끝까지 밀고 갔던 터라 이번이라고 크게 다를까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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