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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





너무 희망에 부풀어 있으면, 그 희망을 놓쳐버렸을 때 더 크게 실망하고 좌절하게 된다. 그러니까 희망 따위 없는 척, 그냥 하루하루 주어진 걸 해내며 살 뿐이다. 하지만 생이란 건 기본값이 ‘매우 고됨’으로 설정되어 있으므로 어쨌든 힘은 내야 한다. 산다는 건 그런 것 같다.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 나온 대사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에 매료되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비관은 할지라도 좌절은 하지 않고 어찌되었든 오늘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살아가면 된다. (김송희,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 2021년 딸세포)





홈리스와 사회적 약자의 자립을 돕기 위한 매거진 ‘빅이슈’ 편집장인 김송희 작가는 10년째 카카오톡에 같은 상태메시지를 걸어놓고 있다.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 이 두 문장이 ‘그리고’라는 접속어로 이어져도 되는 건가 싶은데, 묘하게 말이 되고 위로가 된다. 고통의 밑바닥에 있을수록 혹시나, 어쩌면 하는 실낱같은 희망이 우리를 더 주저앉힐 때가 있다. 그러나 희망은 일종의 운과 같은 것이어서, 그것을 기대할수록 더 힘이 빠지기도 한다. 김송희 작가는 스스로에게 희망을 버리자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리고 인생이란 원래 매우 고된 게 디폴트라고 일러둔다. 당신이 지금 망했다면, 그것은 마이너스를 찍은 게 아니라 그저 0의 상태, 기본값으로 돌아간 것뿐이고, 우리는 힘을 내서 다시 일상을 쌓아올리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조차 언젠가 다시 허물어져 0이 되겠지만, 너무 높고 거대한 100의 희망을 기대하느라 목이 꺾이기보다는 해가 뜨고 지듯이 담담하게 0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며 그저 계속해서 살아가보는 것이 어쩌면 더 큰 용기가 아닐까.

희망은 대체로 외부나 미래에서 언젠가 오길 바라고 기다려보는 것이지만, 살아갈 힘은 이미 내 안에 있다. 올지 말지 잘 모르는 희망은 내다버리자, 그리고 그간 끝없이 망했다가 일어서며 쟁여둔 일상의 힘을 끌어내보자.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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