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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달래려 부랴부랴 지원금…'방역판단 미스'에 스텝 꼬여

◆소상공인 4.3조 패키지 지원

손실보상금 외 추가 지원금 지출

섣부른 위드코로나로 재정부담만

민심 심상찮자 서둘러 응급조치

'매출 감소' 구체적 기준 준비 안돼

설익은 대책에 현장 혼란 우려도

김부겸(오른쪽) 국무총리가 17일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방역 강화 조치 시행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방안 관련 정부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권칠승(왼쪽부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 총리. /성형주 기자






정부가 매출이 줄어든 소상공인들에 연내 100만 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깜짝 결정한 것은 자영업자를 달래기 위한 일종의 응급조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방역만큼은 자신 있다”던 정부의 상황 판단 미스가 결과적으로 손실보상금 외에 추가 지원금을 지출하는 결과로 이어져 국가 재정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매출 감소’를 인정 받는 시기와 구체적 기준 등을 아직 공개하지 못할 만큼 대책이 설익어 소상공인들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방역강화 조치 시행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방안’ 합동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을 비롯해 방역 지원 물품 현물 지원과 소상공인 손실보상 대상 확대를 포함한 3종 패키지를 총 4조 3,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단계적 일상 회복 조치를 일시 중단하고 18일부터 식당·카페 등을 오후 9시까지만 운영하고 4명까지만 모임을 허용하는 등 방역 조치를 다시 강화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정부가 지원 대상 소상공인의 폭을 확 넓혔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업종을 규제 업종과 일반 업종으로 나눈 뒤 매출 손실 규모 등을 구간별로 복잡하게 적용해 보상액을 차등 지급했지만 이번에는 매출이 줄어들기만 했다면 업종과 손실 규모를 모두 따지지 않고 일괄적으로 100만 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손실보상 대상 소상공인(유흥 시설, 카페, 음식점 등) 90만 명에 더해 매출 감소 소상공인 230만 명을 더한 총 320만 명이 지원금을 받게 된다. 여행·공연업처럼 영업시간 제한을 받지 않았지만 사실상 정상적 영업이 불가능했던 업종들이 대표적 수혜 대상이다.

일괄 지원과 별도로 손실보상 대상도 확대된다. 미용실, 키즈카페, 돌잔치 전문점 등 인원 제한을 받았던 업종들도 앞으로는 법적 보상을 받게 된다.

문제는 매출이 줄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구체적 기준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올해 전체 매출이 지난 2019년보다 줄었는지 또는 특정 기간의 매출 감소 여부를 따지는 것인지 등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다양한 업종의 소상공인이 지원 받을 수 있도록 매출 감소 기준을 폭넓게 인정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았다.



보상금 지급 시기도 업종에 따라 다르다. 유흥 시설, 식당 등 영업제한 업종은 연말까지 100만 원을 일괄 지급 받지만 여행, 공연 시설 등 일반 업종은 내년 1월은 돼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또 방역패스 적용 대상이 되는 식당·카페, PC방, 독서실·스터디카페 등 약 115만 곳을 대상으로 전자 출입 명부 단말기, 체온 측정기, 칸막이 등 방역에 필요한 물품 구입비 10만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물품을 우선 구입하고 영수증을 제출하면 이를 확인해 사후 지원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 대책을 서둘러 내놓은 것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태에서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다는 우려 때문이다. 소상공인 단체들은 오는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책을 발표한 17일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 가구 거리의 한 중고 용품 전문점 직원들이 폐업한 가게에서 나온 집기류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정부가 민심에 밀려 지원 대책을 급조해 내놓은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방역 조치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구제 범위가 넓어지고 신속히 결정된 것은 고무적이지만 내용 측면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기존 손실보상에 비해 규모 및 대상이 확대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일괄적으로 같은 금액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피해에 따라 차등을 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매출 감소만 확인되면 지급하겠다는 100만 원의 방역지원금은 기존 지급되던 소상공인 손실보상금과 중복 지급된다는 지적도 있다. 새로운 지원 사례를 만들면서 추후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등 방역 상황이 악화될 때마다 현금성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3종 패키지 지원에 쓰인 4조 3,000억 원에 대해 국채 발행 없이 재원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이 같은 방법으로 지원을 지속하기에는 제약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대선 후보들이 여야 가리지 않고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지원 확대가 제 발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소상공인의 피해에 대해 ‘선지원·후정산’을 적용해 100조 원 규모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선지원에는 반대했지만 100조 원 규모의 손실보상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거론한 바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방역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를 지원해주는 측면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면서도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돈 풀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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