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228억 원 규모의 새만금 수상 태양광 사업 설계 용역을 무면허 기업인 현대글로벌에 맡겨 부당이득을 안긴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새만금 태양광 사업자인 한수원은 현대글로벌과 공동으로 특수목적법인 ‘새만금솔라파워’를 설립했다. 새만금솔라파워는 전력기술관리법상 전력 시설물 설계를 종합설계업 등의 면허를 보유한 업자에 맡겨야 하는데도 면허가 없는 현대글로벌에 발주했다. 200억 원이 넘는 사업은 공개 입찰을 진행해야 하는데 공고도 내지 않고 비공개 수의계약을 맺었다. 현대글로벌은 설계 사업을 수주하기도 전에 이미 이 사업을 다른 기업에 하도급을 주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글로벌의 설계 사업 수주가 사전에 정해져 있었다는 뜻이다.
현대글로벌은 금강산 관광 등 대북 사업을 하는 현대그룹 계열사다. 그동안 업계 일부에서는 ‘대북 사업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는 현대그룹을 지원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신생 기업인 현대글로벌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됐다. 이번에 밝혀진 것은 ‘탈원전 정책’ 관련 의혹 중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 감사원은 이번에 설계 비리만 감사했다. 새만금솔라파워가 1,300억 원대의 송·변전 설비 사업과 1,200억 원대의 수상 태양광 시공 사업을 현대글로벌에 몰아줬다는 특혜 의혹도 제기됐지만 이번 감사에서 제외됐다. 특히 4,800억 원 규모의 송·변전 설비 사업 입찰은 현대글로벌이 1,300억 원가량을 입찰 없이 가져간다는 이상한 조건 때문에 수차례 유찰됐다.
감사원은 시공 사업 등을 감사하지 않은 이유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수사 당국은 비리 복마전으로 떠오르고 있는 새만금 태양광 사업 전반을 철저히 수사해 불법 특혜의 ‘뒷배’ 의혹까지 규명해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