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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뒤졌지만...과징금 16억으로 끝난 '실트론 사건'

공정위, 최태원·SK에 8억씩 부과

이사회 의결없어 위법성 인정 불구

"중대성 약한 위반행위 판단" 자인

최태원 직접 지시한 증거도 없어

檢고발 못해 무리한 법적용 논란

SK "납득 어려워" 법적대응 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 도착해 전원회의가 열리는 심판정으로 들어가며 검색대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SK실트론 인수 과정에서 SK㈜의 사업 기회를 편취했다는 의혹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8억 원을 부과 받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검찰 고발을 피한 데다 공정위의 주장과 달리 미미한 과징금이 매겨지자 일각에서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기에 부적합한 사건에 무리한 법 적용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SK㈜ 측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K㈜가 특수관계인 최 회장에게 사업 기회를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16억 원(SK㈜와 최 회장 각 8억 원)을 부과한다고 22일 밝혔다. 공정위는 “SK㈜가 실트론의 주식 70.6%를 취득한 후 잔여 주식 29.4%를 취득하면 상당한 이익이 예상됐음에도 최 회장이 이를 취득할 수 있도록 자신의 인수 기회를 합리적 사유 없이 포기하고 최 회장의 잔여 주식 취득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 사업 기회를 제공했다”며 위법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최 회장에게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는 약 1,967억 원(지난해 말 기준)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와 관련해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현 제도상 법 위반 금액을 정확하게 산정하는 것이 불가능해 정액 과징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었다”며 “중대성이 약한 위반 행위라는 판단에 따라 최대 한도인 20억 원의 40% 선에서 과징금이 매겨졌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최악의 경우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검찰 고발도 피하게 됐다. 공정위는 △위반 행위가 절차 위반에 기인한 점 △위반 정도가 중대·명백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최 회장이 SK㈜에 사업 기회를 제공하도록 지시했다는 직접 증거가 없는 점 △법원과 공정위 선례가 없어 명확한 법 위반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2017년 11월부터 4년에 걸친 조사를 진행한 끝에 지난 8월 검찰 고발 조치를 포함한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SK㈜ 측에 발송했지만 최 회장의 중대한 법 위반 행위를 입증하지 못한 것이다. 공정위는 △의사결정 주도 여부 △위법성 인식 정도 △실행의 적극성 및 가담 정도 △위반 행위 가담 기간 등을 평가해 고발 조치하는데,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미고발 사유를 따져보면 애초 검찰 고발 조치의 필요성이 떨어졌던 것으로 해석된다. 공정위가 위법성의 근거로 상법 논문을 제시한 것이 제재 논리의 불충분함을 보여준다는 시각도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특수관계인들의 지분 매입을 회사의 사업 기회 상실로 보는 것이 그간 총수의 책임경영을 강조한 공정위의 입장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과징금 부과에서 SK㈜에 불리하게 작용한 점은 사업 기회를 포기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에 두 차례 보고되긴 했으나 이는 사후에 이뤄졌고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보고’ 형태였다는 점에서 이사회 승인과 같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공정위 측 설명이다. 공정위는 SK㈜가 사업 기회 취득에 따른 경제상 추가 이익, 외국 전략적투자자(SI)가 인수할 가능성과 그에 따른 영향 등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봤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소극적 방식의 사업 기회 제공을 인정한 논리는 이익이 발생할 실트론을 매각한 LG와 채권단은 물론 실트론을 인수하지 않겠다고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경쟁사들에도 문제의 여지를 남긴 것”이라며 “기업들의 건전한 경영 판단과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SK㈜ 측은 입장문을 내고 “의결서를 받는 대로 세부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필요한 조치들을 강구할 방침”이라며 “이번 일로 국민과 회사 구성원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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