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새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인 임신부가 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구급차에서 출산하는 일이 발생했다. 산모의 남편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수화기 너머로 '대한민국 정부가 당신과 끝까지 함께 합니다'는 말에 괴리감이 들었다"고 전했다.
남편 A씨는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아내가 진통으로 실려갔을 당시) 보건소에 100번, 1,000번은 전화했는데 연결도 안 되고 항상 마지막 안내멘트가 나온다"며 "들을 때마다 외롭고 아무도 함께하지 않는 것 같았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지난 1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증상이 없어 재택 치료를 받았고, 39주차 2일의 만삭 상태였던 아내 B씨는 병상 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산모 B씨는 지난 18일 새벽 1시 반쯤 진통이 와 119에 신고를 했다. 이에 소방당국과 보건당국은 B씨를 구급차에 태운 뒤 인근 병원 16곳에 연락했지만 임신부 수용이 가능한 병상이 없었다. A씨는 출산을 앞둔 긴급한 상황에 계속해서 병상 배정을 요구했지만 보건소 측에서는 “지금 병상이 없다. 2~3일 정도 걸릴 수 있으니 최대한 기다려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A씨는 "구급 대원이 출동은 하겠지만 출산할 병원을 찾기 힘들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는데 참 답답하더라"며 "진통이 오면 아이를 낳아야 하는데 병원이 없다는 말은 정말 사형선고와 같았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B씨는 구급차 안에서 아이를 출산했고 이후 서울시의료원 응급실에서 응급조치를 받은 뒤 병상이 있는 경기도 평택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
A씨는 "보건소 측에서 옮겨진 병원은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병원이 아니고 일반 병원이라고 하더라"며 "방금 구급차에서 출산한 산모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격리돼 아이를 혼자 돌봐야 한다는데 얼마나 답답했겠는가"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건소에 전화를 참 많이 했다. 수화기 너머로 ‘대한민국 정부가 당신과 끝까지 함께 합니다’라는 말이 나온다”며 “들을 때마다 정말 정부가 함께하는 건가 괴리감이 들더라. 외롭고 아무도 함께하지 않는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A씨는 "아기 엄마는 확진자라 평택에 있는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고 아이는 다행히도 음성이 나와 친할머니댁에서 보호받고 있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어 "이 계기를 통해 우리나라에 있는 산모와 갓 태어난 신생아들이 제대로 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이같은 일이 발생하자 뒤늦게 임신부 확진자의 분만을 위한 ‘특수 병상’을 별도로 지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확진자 중 투석이 필요한 환자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받아들여 이달 중 서울 혜민병원, 경기 박애병원, 김포우리병원, 충북대병원 등 4곳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외래환자로 이용할 투석실을 운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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