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국고채 발행물량을 166조 원으로 결정했다.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던 올해 물량(180조5,000억 원)과 비교하면 발행량이 다소 줄었지만 최근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내년 만기 도래하는 국고채 규모도 56조2,000억 원에 달해 나라 살림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24일 이 같은 내용의 ‘2022년 국고채 발행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국고채 발행 형태를 나라 빚이 늘어나는 ‘순증’과 ‘차환(만기 상환+시장조성)’으로 나눠서 보면 순증 발행 규모는 93조4,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7조2,000억 원 감소했다. 코로나19 위기를 겪었던 지난 2020년과 2021년 순증 발행 규모가 각각 115조3,000억 원, 120조6,000억 원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나랏빚 증가 속도가 다소 완만해진 셈이다. 다만 여야 대선후보들이 일제히 내년 대선 전후로 수십 조원 이상의 재정 지출을 예고하고 있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여부 및 그 규모에 따라 국고채 발행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국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 발표대로라면 수급을 걱정해야 할 수준은 아니지만 대선 변수가 커 시장을 전망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순증 발행 규모가 줄어든 반면 내년 차환 국고채 발행 규모는 총 72조6,000억 원으로 전년(59조9,000억 원) 대비 12조7,000억 원 늘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씀씀이가 늘었고 단기물 발행도 증가해 상환 부담이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발행 물량을 월 별로 살펴보면 내년도 예년처럼 ‘상고 하저’ 흐름을 이어가기로 했다. 김이한 기재부 국채과장은 “내년 재정 조기집행 및 국고채 만기 상환 일정을 감안해 하반기보다 상반기에 더 많은 물량이 발행되도록 관리하고 단 월별 발행 물량은 최대한 균등 배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만기 별 발행 물량은 2·3년물 단기물 발행 비중은 올해 30%에서 25%로 낮추고 장기물(20년 이상) 발행 비중은 30%에서 35%로 늘리기로 했다. 기관마다 전망은 다르지만 내년 대체로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 수요가 더 많을 것으로 보이는 장기물 중심으로 발행 계획을 짠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만기가 짧은 2년물은 올해와 비슷한 전체 물량의 7% 안팎에서 발행량을 조절할 계획이다.
한편 재정 당국은 내년도 금리 여건에 대해 전반적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국내외 기관들은 내년말 10년물 국고채 금리가 최저 2.15%에서 최고 2.85%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국채값 하락) 매매 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도 줄어들기 때문에 수급에는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 봐도 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이자비용도 상승하기 때문에 나라 살림에 부담이 된다. 정부는 올해 국고채 이자비용으로만 약 21조 원을 지출했고 2029년엔 이 비용이 3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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