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 주자 토론회에서 ‘수소는 무엇으로 만들 것인가’라는 말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현재 수소는 미래 청정에너지로 각광받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수소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우리는 수소 자체를 연료로 활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산소와 결합할 때 발생하는 전기를 사용한다. 수소는 저장과 보관이 용이해 언제라도 전기를 만드는 데 쓸 수 있다. 수소를 이용한 수소연료전지 발전의 경우 발전량이 제한적인 태양광이나 풍력에 비해 지속적인 전기 생산이 가능하다. 또 수소는 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 등 대형 발전과 달리 소규모 분산 발전에도 활용할 수 있어 송변전 시설 비용과 송전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수소 생산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
수소는 생산방식에 따라 크게 ‘수전해수소’ ‘개질수소’ ‘부생수소’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은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수소다. 물을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로 분해하면 화학반응을 거쳐 수소(H2)와 산소(O2)가 만들어지는데 이렇게 생산된 수소를 ‘그린수소’라고 한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사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 수소로 다시 전기를 만드는 만큼 생산비용이 높다는 게 단점이다.
그린수소의 비싼 생산 단가를 고려한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블루수소’다. 천연가스를 고온 고압에서 촉매반응시키면 메탄과 물이 반응해 수소와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데, 여기서 나오는 수소를 개질수소라 한다. 개질수소를 만들 때 수소 생산량의 7~10배에 달하는 이산화탄소가 생성되는데, 이를 제거한 것이 바로 블루수소다. 만약 이산화탄소를 처리하지 않고 대기로 방출할 경우 ‘그레이수소’가 되는데 이를 청정에너지라 말하기는 어렵다. 이산화탄소 처리를 위한 다양한 경제적 방법이 논의되고 있으나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이를 지하에 저장하는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방식으로, 국내에서는 한국석유공사가 동해가스전을 활용해 CCS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 석유화학 공정에서 만들어지는 부생수소가 있지만 대량생산이 어렵고 시장 내 활용 가능량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생산 비용이 높아 그린수소 생산에 불리하다. 이미 발생된 이산화탄소 처리도 버거운 마당에 개질수소 생산 시 나오는 이산화탄소까지 처리하는 것은 어려운 만큼 블루수소 생산도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우리가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수소의 양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저렴한 수소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수소는 다른 자원들에 비해 공급 가능 국가가 많지 않다. 또 영하 162도에서 액화되는 천연가스에 비해 수소는 영하 253도에서 액화되므로 수송 시 저온 액화가 가능한 특수 선박을 이용하거나 액상 암모니아 등 화합물로 변환한 뒤 수송해야 한다. 천연가스도 생산 비용보다 LNG 액화 및 수송 비용이 더 큰데 수소는 천연가스에 비해 액화와 저장이 더 어려운 만큼 공급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결국 수소 시대를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수소 공급이 담보돼야 한다. 수소 시대를 대비한 다양한 계획들이 나오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수소를 과연 어떻게 경제적으로 국내에 공급할 것인가에 대한 우선적 논의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kim0123@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