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 제조·발행·유통 등 기본 기능을 점검하는 1단계 모의실험을 마치고 ‘대체불가토큰(NFT)’ 거래 등 신기술을 적용하는 2단계로 돌입했다. 올해 6월까지 모의실험을 마치면 금융기관 등과 협력해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기술을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CBDC 발행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만큼 한은도 내년 중 발행 여부를 결정하더라도 실제 발행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CBDC 모의실험 연구 사업 1단계를 지난해 12월 완료한 뒤 2단계 사업을 차질 없이 수행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1단계 사업 결과 분산 원장 기술을 기반으로 제조·발행·유통·환수 등 CBDC 기본 기능이 한은 요구 사항에 부합하게 정상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2단계 사업에서는 인터넷 통신망이 단절된 상태에서 송금·결제를 하거나 디지털 자산 거래, 국가 간 송금 등 다양한 추가 기능을 구현할 예정이다. 개인 정보 보호 강화 기술, 분산 원장 처리 성능 확장 기술 등 적용 가능성도 검증한다.
한은은 CBDC 제조·발행·유통·환수·폐기 등 업무를 한은과 참가 기관, 이용자가 각각 소지한 전자 지갑을 통해 수행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은행 계좌에서 잔액을 차감하고 전자 지갑에서 CBDC를 발행하는 식으로 구현했다. 특히 한은은 1단계 사업에서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에 CBDC를 담는 것을 가정해 기능 실험을 진행했다.
다만 실제 발행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을 제외한 주요국 중앙은행은 CBDC 도입에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CBDC가 도입되면 예금이 CBDC로 대체되면서 은행의 대출 기능 등이 약화될 뿐 아니라 통화정책마저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은 역시 내년 안에 CBDC 발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을 뿐 구체적인 일정이나 방안 등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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