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암 환자에게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삼성생명에 대한 ‘기관경고’ 중징계를 최종 확정했다. 삼성생명과 자회사는 향후 1년간 마이데이터 등 금융 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 진출을 제한 받게 된다.
금융위는 26일 정례 회의를 열고 삼성생명 종합검사 결과를 심의해 기관경고와 과징금 1억 5,500만 원 부과 등의 조치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9년 진행한 종합검사에서 삼성생명이 약관에서 정한 암 보험 입원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계열사인 삼성SDS를 부당하게 지원했다고 판단해 기관경고를 결정했다.
이 중 암 보험금 부지급이 제재의 핵심 안건으로 손꼽혀왔다. 2018년 암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이 ‘암의 직접 치료’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보험 가입자와 삼성생명 등 생명보험사 간 분쟁이 촉발됐다. 암 환자들은 요양병원 입원 후 항암 치료를 받는 것도 ‘암의 직접 치료’라고 주장했지만 삼성생명은 이를 직접 치료로 볼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금융위는 이날 정례 회의에서 금감원에서 지적된 총 519건 중 496건에 대해 약관상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한 입원’에 해당한다고 봤다. 삼성생명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의료 행위로 본 것이다. 2020년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의 공동 대표인 이 모 씨가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암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이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준 것과 상반된다. 금융 당국은 “대법원에서 본 한 건의 사례와 달리 문제가 된 전체 건을 살펴봤고 그 결과 보험업법을 위반한 부지급에 해당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생명이 삼성SDS와 용역 계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체에 따른 배상금을 청구하지 않은 건에 대해서는 보험업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조치명령’으로 징계 수위를 낮췄다. 금융위는 향후 유사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대주주 거래 제한 대상을 확대하는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 당국은 “삼성생명에 대한 조치 명령 및 과징금 부과를 통보 조치하고 금융위 의결 후 금융감독원장에 위임된 기관 제재(기관경고) 및 임직원 제재 등을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그동안 삼성생명 제재안에 대해 10차례 이상 안건소위원회를 진행했지만 1년 넘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앞서 금융위 자문 기구인 법령해석심의위원회가 주요 징계 사유 2건에 대해 삼성생명에 유리한 해석을 내놓으면서 정치권과 시민 단체 등에서 ‘삼성 봐주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종합검사 부활로 인해 금융위가 검토해야 할 제재 사항들이 복잡하고 방대할 수밖에 없었고 금융위 입장에서는 향후 보험 업계에서 기준으로 작용하게 되는 중요한 결정이었던 만큼 조사가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조치로 인해 삼성생명은 향후 1년간 금융 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 진출을 제한 받게 된다. 삼성생명을 대주주로 두고 있는 삼성카드나 삼성자산운용 등도 마찬가지다. 앞서 금융위는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삼성카드가 신청한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 심사를 보류한 바 있다. 마이데이터는 고객의 동의하에 은행이나 보험사·카드사 등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모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삼성 금융 계열사들은 1년이 넘는 금융위 제재안 검토 기간에 더해 앞으로도 1년간 신사업 진출이 제한되는 만큼 디지털 전략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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