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과잉 의전 논란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 “공사의 구분을 분명히 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며 공개 사과했다. 김 씨는 지난 2일 “모든 것이 내 불찰”이라며 서면으로 사과 메시지를 낸 적은 있지만 직접 입장을 밝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주일이 넘도록 자신과 관련한 논란이 해소되지 않자 직접 공개 석상에 등장하는 강수를 띄운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언론과 야당에서 제기한 주요 의혹의 진위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김 씨는 9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게 제 불찰이고 부족함의 결과”라며 “제보자 A씨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씨는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결과가 나오면 응분의 책임도 지겠다는 기존 입장도 재차 밝혔다. 그는 “선거 후에도 책임질 일이 있으면 지겠다”고 선언했다. 경기도청 직원 A씨에게 음식 배달 등을 지시한 수행비서 배 모 씨에 대해서는 "배모 사무관은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사람"이라며 "오랜 인연이다 보니 여러 도움을 받았다"고 사인했다.
공무원 불법 채용 의혹과 사적 심부름 지시 등과 관련해 본인이나 이 후보가 관여했는 지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제보자 A씨와 자신의 의전을 담당한 배 모 사무관과의 관계는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김 씨는 “A씨는 경기도청에 처음 왔을 때 배 사무관 소개로 한번 인사한 것이 전부인 사이”라고 말했다.
법인카드 유용 등 자신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해명은 하지 않았다. 법인카드 유용 여부와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 중 사실이 무엇인지 등을 밝혀 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 씨는 “수사와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최선을 다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공관이 아닌 자택에 배달된 음식의 양이 상당하다'는 질문에도 즉답을 피했다. 다만 'A씨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엔 "제가 A씨와 배씨의 관계를 몰랐다고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며 "저의 불찰이라고 생각한다. A씨는 피해자라고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씨는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이 후보는 "진심으로 사과드리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이번 논란으로 대외 일정을 전면 중단한 상태로 조만간 활동을 재개하는 방안이 선대위 내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 씨가 예상보다 빠르게 공개 석상에 나타난 것은 이낙연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도 있다. 민주당에서는 제자리걸음인 지지율을 반등 시키려면 김 씨를 둘러싼 논란에 더 이상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확산돼 왔다. 이 후보가 이 논란에 대해 수차례 공개 사과도 했지만 김 씨를 엄호하는 여권 일부 인사들의 과잉 대응이 오히려 역풍만 불러왔다는 내부 불만도 컸다. 선대위 사령탑으로서 공식 업무를 시작한 이 후보가 당내 혼란상을 해소할 ‘기강 잡기’를 위한 첫 조치로 김 씨의 사과를 밀어붙였다는 분석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김 씨가) 진솔하게 인정하고 겸허하게 사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진솔과 겸허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새겨주시길 바란다"면서 김 씨의 사과를 사실상 압박하는 모습도 보였다.
우상호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본부장 역시 김 씨의 사과를 기정사실화했다. 우 본부장은 “(김 씨의 사과 논의는) 사실상 이낙연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의 권유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라며 “이 총괄 선대위원장의 색깔과 어법으로 이 후보를 아직 지지하지 못하는 분들을 설득하는 과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하 기자회견 전문과 질의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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