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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의 건강을 지켜라" 역대 대통령 곁을 지켰던 주치의들의 활약상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대통령 주치의 제도 도입

노무현 전 대통령, 한의주치의 첫 임명…차관급 예우

해외순방 동행…진료과별 주치의 자문단 구성·총괄도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제 20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윤석열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를 전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신임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간담회장으로 향하는 모습. 연합뉴스




10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차기 정부를 함께 꾸려갈 청와대 및 내각 인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건의료계에서는 보건복지부 장관 못지 않게 관심을 받는 자리로 대통령 주치의가 꼽힌다.

대통령 주치의 제도는 지난 1963년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도입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 주치의는 차관급 예우를 받지만 무보수 명예직이다. 공식 급여 없이 소정의 활동비가 지급된다. 평소 소속 병원에서 근무하다 2주에 1번 꼴로 청와대를 방문해 대통령의 건강을 확인하는 것이 대통령 주치의의 주요 임무.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는 청와대 공무원 신분으로 동행하거나 진료과 별로 30여 명의 주치의 자문단을 구성해 총괄하는 권한도 갖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들은 주치의 임명방식도 각양각색이었다. 대통령들은 어떤 인물에게 자신의 건강관리를 맡겼을까.

◇ 대한민국 ‘대통령 주치의 1호’는 개원의사


대통령 주치의는 국립대병원인 서울대병원 교수가 맡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반드시 그랬던 것만은 아니다. 대통령 주치의로 공식 임명된 첫 번째 인물은 개원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개업의사였던 지홍창 박사를 첫 번째 주치의로 임명했다. 지 박사는 종두법을 도입했던 지석영 선생의 종손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과는 군의관 시절부터 이어온 인연을 계기로 대통령 주치의에 위촉됐다. 박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주치의는 민헌기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가 맡았다.

참고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무려 3명의 주치의를 뒀다. 첫 주치의였던 민병석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가 1983년 10월 9일 미얀마 아웅산 묘소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 사건으로 숨지면서 한용철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가 선임됐다. 한 교수가 임기 중 서울대병원장에 선임되자 김노경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뒤를 이었다.

◇ 서울대병원은 대통령 주치의 등용문?


전두환 전 대통령 당시 시작된 ‘서울대병원 소속 주치의’ 계보는 김영삼 전 대통령 때까지 이어졌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최규완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를, 김영삼 전 대통령은 고창순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를 각각 주치의로 위촉하고 임기 내내 교체하지 않았다.

2명의 주치의는 서울대병원 소속 외에도 각 대통령의 고등학교 후배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최규완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의 모교인 경북고, 고창순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모교인 경남고 출신이다.

소화기 분야 권위자인 최규완 교수는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에도 주치의 내정자에 올랐다가 최종 선정 단계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대통령 처남인 김익동 전 경북대 총장의 소개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주치의로 임명되며 청와대와 인연을 맺었다.

◇ 대통령 주치의, 실력 만큼이나 중요한 인맥?


대통령의 건강은 보안업무규정상 2급 비밀로 분류된다. 누설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막대한 지장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다. 실력 만큼이나 비밀유지가 중요한 자리인 만큼 역대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임명에 중요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사돈'을 주치의로 정했다. 지난 2008년 대통령 주치의로 임명됐던 최윤식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이 전 대통령과 사돈관계다. 최윤식 교수의 장남인 최의근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당시 내과 전문의)는 이 전 대통령의 둘째 사위다.

◇ "대통령 건강은 내가 보증" 후보자 시절부터 끈끈한 인연




김대중 전 대통령은 허갑범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를 주치의로 임명했다. 당시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서울의대 출신 교수가 아닌 인물을 주치의로 임명하면서 화제가 됐다. 허갑범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후보자 시절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했던 일화로도 유명하다.

73세의 나이에 국민회의 대선 후보로 나섰던 김 전 대통령은 당시 여권 일각에서 "김대중 총재가 쓰러졌다"는 소문을 퍼뜨리거나 치매설을 제기하는 등 악성 루머에 시달렸다. 국민회의는 비밀리에 'DJ 건강검진비상대책팀'을 꾸려 김 후보의 건강검진 등을 실시하고, 기습 공개하며 정면 돌파하는 전략을 택했다. 대선후보 TV 토론회에 앞서 세브란스병원에서 발급한 진단서를 공개한 것이다. 진단서에는 혈압·분당 맥박수·공복혈당·콜레스테롤 수치·요산 수치·간기능검사·청력검사 결과 등의 건강정보가 담겼다. 허 교수의 숨은 활약으로 건강 관련 루머를 잠재우며 대통령 당선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 첫 여성 대통령 주치의, ‘내과’ 관례 깨고 ‘산부인과’에서 배출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에는 첫 여성 대통령 주치의가 누가 될 것인지를 놓고 관심이 뜨거웠다. 첫 여성 주치의 배출에 대한 기대감도 제기됐을 정도다.

박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총 3명의 주치의를 뒀다. 첫 번째 주치의로는 이병석 강남세브란스병원장이 임명을 받았다. 내과 의사가 주치의를 맡던 관례를 깨고 산부인과 출신 대통령 주치의가 처음으로 배출된 것이다. 서울대병원이 아닌 연세의료원에서 주치의가 선정된 데 대해서는 2006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커터칼 습격을 당했을 때 세브란스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인연 때문이 아니냐는 가능성도 흘러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은 두 번째 주치의로 서창석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임명했다. 여성 대통령 주치의 3명 중 2명이 산부인과에서 배출된 것이다. 서 교수가 서울대병원장에 임명되면서 3번째 주치의로 임명된 윤병우 서울대병원 교수는 신경과 소속이었다.

◇ 대통령 '한의' 주치의 시대 개막...양·한방 협진 체제 갖춰


한 명만 대통령 주치의로 임명되는 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방 육성 취지로 '대통령 한의주치의제도'를 처음 도입하며 양·한방 협진 체제를 구축했다. 당시 한의계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대통령 한의주치의 1호는 신현대 경희대병원 교수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2월 "주치의는 이론상 한 분이고 나머지 분들은 자문의이지만, 한방 쪽에서도 한 분을 초빙해 주치의로 하고 양한방 협진체제로 하겠다"고 밝히고, 송인성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함께 신 교수를 임명했다.

한의주치의는 5년간 유지되다 노 전 대통령 퇴임을 계기로 폐지되면서 명맥이 끊겼다.

하지만 3년 2개월 여만인 이명박 전 대통령 임기 중 부활했다. 취임 후 3년간 자신과 사돈 관계인 최윤식 서울대병원 교수만을 주치의로 뒀던 이 전 대통령은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건의를 받아 '한의주치의제' 부활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진 전 장관은 대통령 한방주치의를 둠으로써 한의학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점을 적극 어필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의주치의는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유지되고 있다. 의료계와 한의계에서 각 1명씩을 위촉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노무현 전 대통령 주치의를 맡았던 송인성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명예교수와 함께 김성수 경희대병원 한방병원장을 주치의로 위촉했다.

◇ 24시간 대통령 건강관리 담당자는 따로 있다?


대통령 주치의는 앞서 언급했듯이 통상적으로 한달에 1~2번 정도만 청와대를 방문해 진료업무를 본다. 평소 청와대에 상근하며 대통령 건강을 챙기는 역할은 청와대 의무실장이 맡고 있다. 청와대 의무실은 24시간 대기해야 하는 특성상 종로구 삼청동 소재 국군서울지구병원에 소속된 군의관들이 파견 근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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