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국내 증시는 맥을 추지 못했다. 시장은 세 가지 불안 요소에 떨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긴축 우려,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로 인한 인플레이션 지속 가능성, 중국 봉쇄 장기화로 인한 병목 해소 지연이다. 외국인의 ‘셀 코리아’는 3월에 이어 4월에도 이어지는 중이다. 외국인은 월간 기준으로 3월 코스피를 5.1조 원 순매도했다. 지난 28일 기준으로 4월에도 4.9조 원을 순매도 중이다.
다음주도 쉽지 않은 한 주가 될 전망이다. 중국의 코로나19 확산과 봉쇄조치가 확대, 장기화할 가능성과 다음 달 5일 연준이 시장 예상보다 공격적인 긴축 계획을 밝힐 수도 있어서다. 다만 희망은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긍정적이고 악재를 충분히 반영한 만큼 밸류에이션 상 더 하락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다음달 5일 있을 연준의 FOMC 회의가 열리면 금리 인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주가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주 코스피는 지난주 22일 종가(2704.71) 대비 9.66포인트(0.36%) 하락한 2695.05에 거래를 마치면서 끝내 2700선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번주 코스피는 중국 경기 불안 우려에 2600선 초반까지 급락했다. 그러나 단기 급락, 밸류에이션 저점 부근에서 반발 매수세가 유입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다음주 중반까지 통화정책 부담과 경기불안 심리가 동시에 유입될 수 있어 방심은 금물이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이번 주 악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5거래 중 4일 동안 매도세를 취한 외국인은 1조 6559억 원을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1조 2530억 원, 3645억 원을 순매수했지만, 지수 상승을 이끌지는 못했다. 코스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투자심리가 더욱 얼어붙으며 각각 4526억 원, 1184억 원을 매도했다. 개인은 코스닥 시장에서도 6428억 원을 사들였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다음주 코스피 주간 예상 밴드는 2630~2750포인트다. 악재가 이미 선반영된 만큼 추가 하락을 염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 1분기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치는 최근 4주 간 연속 하향됐지만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소폭 상향됐다”며 “견조한 연간 실적 전망 덕에 코스피 12개월 선행 EPS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1분기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치지만 연간 전체로 볼 때는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지수의 추가 하락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성장주 반등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성장주는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 우려에 큰 폭의 주가 조정을 받았다. 다만 성장주 중에도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 조달금리 상승으로 인해 기업 펀더멘탈이 훼손될 여지가 적은 퀄리티 성장주를 눈여겨 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또 엔데믹에 따른 기업실적 개선을 기대할 업종도 주목해야 한다. 김 연구원은 “인터넷, 2차전지, 제약과 바이오, 에너지, 비철금속, 유통, 의류를 관심 업종으로 꼽는다”고 말했다. 중장기 관점에서 상반기 가격 조정 구간을 활용해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IT, 헬스케어, ESG, 전기차와 2차전지, 우주항공, 메타버스 등 변동성 장세를 이용해 성장주를 모아가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다음주는 전 세계 증시가 미국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주목할 전망이다. 다음달 5일 연준이 금리를 결정하는데 0.5%포인트를 인상하는 이른바 ‘빅스텝(big step)’이 유력하다. 빅스텝이 이뤄질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는 0.25~0.50%에서 단번에 0.75~1.00%로 오르게 된다. 5월 FOMC 회의에서는 양적긴축(QT)도 논의될 전망이다. UBS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연준이 공식적으로 양적긴축(QT)을 발표하고 대차대조표의 실질적인 축소가 곧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빅스텝이 이뤄질 경우 이는 2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금리 인상이고 팬데믹 기간 확대된 5조 달러 규모의 대차대조표 축소가 시작된 것이라는 평가다. 김 연구원은 “연준의 긴축 전망과 관련해 주식시장은 이미 연내 3~4회의 50pb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며 “연준의 긴축 우려가 더 증폭될 여지는 적다”고 내다봤다. 문 연구원은 “빅스텝 단행이라는 알려진 내용을 감안하면, 3월 FOMC의 예처럼 증시는 불확실성 해소라는 측면에서 받아들일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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