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별 승패를 따지는 매치플레이에는 스트로크플레이 대회에는 없는 ‘컨시드(concede·속칭 OK)’가 있다. 사실상 승패가 결정된 상황에서 상대의 스트로크를 면제해주는 룰이다.
19일 강원 춘천의 라데나GC에서 계속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총상금 8억 원) 2라운드. 퍼트를 남겨 놓고 볼을 집어 드는 컨시드 상황이 당연히 많이 나왔다.
그렇다면 선수들은 보통 어느 정도 거리에서 컨시드를 줄까. 일부 골프장 그린에 핀을 중심으로 하얀 원을 그려 놓은 ‘컨시드 존’ 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너무 크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그 정도는 컨시드를 줘도 된다”는 대답도 있었다.
권서연(21)은 “홀과 거리가 30~50㎝면 컨시드를 준다. 하지만 오르막이나 평지가 아닌, 내리막이나 옆 경사면 다르다. 못 준다”면서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익숙한 컨시드 존에 대해서는 “너무 큰 것 같다. 라인에 걸리면 컨시드 못 줄 것 같다”고 했다.
입장 바꿔 ‘나라면 넣을까’를 기준 삼는 선수들도 있었다. 정슬기(27)는 “내가 홀아웃 할 수 있는 거리다 싶을 때 컨시드를 준다. ‘나도 좀 어려운데’ 싶으면 안 준다”고 했다. 컨시드 존에 걸린 볼은 완전한 평지라는 가정 하에 스트로크 면제를 해줄 수 있다고 했다.
“그날 상대의 퍼트 컨디션을 살핀 뒤 때로는 후하게, 때로는 박하게 준다”는 허다빈(24)은 “짧은 거리라도 상대가 (퍼트 하겠다는 의도로) 마크를 하려 하면 굳이 컨시드를 부르지는 않는다”고 했다. 허다빈도 “그 정도는 그냥 집어도 된다”고 컨시드 존 크기가 적당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지한솔(26)은 “50㎝는 내리막이나 옆 경사가 심해도 컨시드 주는 편”이라며 “1m는 좀 어렵다”고 고개를 저었다.
컨시드 존의 반지름은 보통 80㎝~1m다. 골프장 업계 관계자는 “빠른 경기 진행을 유도하기 위함도 있지만 ‘답압’ 영향도 크다. 계속 왔다 갔다 하면서 그린을 너무 많이 밟으면 잔디가 상하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잔디 관리가 특히 어려운 여름철에는 반지름 1m까지 원이 커진다. 아주 잘 치는 사람들을 빼놓고는 OK를 놓고 얼굴 붉힐 일이 없어 컨시드 존 운영을 좋아하는 편”이라고 했다.
선수들은 컨시드를 줄 때 어떤 말을 즐겨 쓸까. 컨시드 또는 기브라고 할 것 같지만 주말 골퍼들처럼 OK를 많이 쓰는 것 같다. 이예원(19)은 “그냥 OK라고 한다. 대신 대부분이 선배들과 경기니까 공손한 말투로 OK라고 한다”며 웃었다. 지한솔도 “상대가 많이 선배면 ‘OK요’라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과거 한미 투어 한국 선수들끼리의 팀 대항전에서는 OK라는 말이 금지되기도 했다. 대회 전 룰 미팅에서 신지은(30)이 “미국에서는 잘 친 샷에 OK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걸 컨시드로 오해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고 결국 컨시드 또는 기브만 사용하기로 합의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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