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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신라금관이 데드마스크? 범종소리는 부처의 음성?"

바이든, 신라금관과 고려범종 관람

문화에 대한 이해 바탕으로 관심 보여

尹대통령, 국립중앙박물관 사전 점검

김건희, 전시안내는 전문가에 맡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와 함께 신라관에서 금관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 공식 만찬에 앞서 가진 전시장 관람에서 신라 금관의 용도와 범종 소리의 의미에 각별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오후 7시34분께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 도착했고, 만찬 직전 약 10분 동안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신라 금관과 금허리띠, 고려 범종 등을 관람했다.

이날 양국 정상에게 전시를 안내한 신소연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22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 경험이 많아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많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이상이었다”면서 “신라 금관에 대해 설명하면서 금관의 용도가 머리에 쓴 관모(冠帽)라고도 보지만, 죽은 사람의 얼굴을 가리는 데드마스크의 용도였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했더니 다른 문화권의 사례와 비교해 큰 관심을 표했다”고 말했다. 이날 양국 정상이 관람한 황남대총 북분 출토 신라 금관과 금제 허리띠는 각각 국보로 지정돼 있다. 금관은 산(山)자형의 3단 장식이 3곳에 있고, 뒤쪽에는 사슴뿔 모양 장식이 세워져 있고 푸른 옥이 수십 개 달려 화려함을 자랑하는 황금 유물이다. 금제 허리띠는 길이가 120㎝에 달하며 정교한 장식이 특징이다.

국보 황남대총 북분 금관.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이어 고려실에서는 경기도 여주시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하는 ‘청녕 4년명 범종’을 관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을 뜻하는 코리아(Korea)가 고려와 관련있음을 알고 “고려는 언제부터 시작됐는가?” 등의 질문을 했다고 한다. 신 학예연구관은 “고려는 화려한 공예문화가 발달했던 시대라는 설명과 함께 범종을 안내하며 범종의 소리는 부처의 음성을 상징하는 것이라, 그 소리를 들으면 중생이 구제받을 수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고 얘기했더니 바이든 대통령이 공감을 보였다”면서 “요즘은 미국에도 사찰이 있고, 한국 문화도 잘 알려져 있어 범종에서 중요한 것이 소리라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보물로 지정된 고려시대 ‘청녕 4년명 범종’은 큰 틀에서 통일신라 범종의 양식적 특징을 보이지만 세부적으로 고려적인 특징이 나타나는 유물이다.

보물로 지정된 '청녕4년명 범종'은 통일신라시대의 양식적 특징을 가지지만 고려의 특색을 보여주는 대표적 고려 유물이다.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 만찬에 앞서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한편 이날 전시 관람에 앞서 윤 대통령은 별도로 박물관을 방문해 전시동선을 살폈다. 신 학예연구관은 “윤 대통령이 제한된 시간이지만 최선을 다해 우리 문화를 제대로 보여주려는 의지가 있던 것 같다”면서 “윤 대통령이 (당선 이전) 평소에도 박물관 관람을 하셨던 것으로 (박물관 관계자들 사이에) 알려져 있는데 ‘이런 세세한 것들도 잘 아시는구나’ 싶을 정도로 해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양국 정상의 전시 관람에는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도 동행했다. 일각에서 전시 전문가인 김 여사가 직접 바이든 대통령에게 관람안내를 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는 ‘조용한 내조’에 주력했다. 오히려 전문 영역은 해당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는 게 박물관 쪽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 여사가 주로 현대미술 관련 전시를 기획한 것과 달리 박물관 유물은 고미술이며, 이 분야에도 각각의 전문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김 여사는 두 정상의 뒤쪽에서 따라 걸으며 유물을 관람했다. 관람을 함께 한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도 통일신라 유물이 중심인 국립경주박물관장을 역임했고, 고려 범종 등 불교미술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전시 안내를 진행하지 않고 학예연구관에게 역할을 일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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