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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중재안 수용한 둔촌주공 조합…'파국' 멈출까 [집슐랭]

조합 "서울시 중재안 수용. 소송 취하도 가능"

논의 진전 가능성 열렸지만 시공단은 '완강'

시공단 "법적 기반 보장해야 받아들일 것"

6개월 중단 시 조합원당 2.7억 추가 부담

"양측 모두 한 발짝 물러서 협상 나서야"

3일 오후 촬영한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 재건축 현장 모습. 연합뉴스




4월 15일 공정률 52% 상태에서 공사비 증액 여부를 다투다 멈춰버린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 재건축 사업이 타결의 기반을 마련했다. 그간 분쟁 주체인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강 대 강 대치를 이어왔으나 최근 서울시가 중재안을 내놓고 조합이 이를 전격 수용하며 새 국면에 들어섰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꼽히는 해당 사업이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조기 정상화가 가능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과 서울시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조합은 지난달 27일 제시된 서울시 중재안의 대부분을 수용하기로 뜻을 모으고 이달 2일 늦은 오후 이 같은 의사를 서울시에 전달했다. 조합 관계자는 3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공사 중단 이후 서울시의 중재를 거치며 (서울시와) 신뢰를 쌓았다”며 “서울시가 문제 해결을 위해 전반적인 사항을 고려하면서 합리적인 중재안을 내놓았다는 판단 아래 조합은 중재안의 대부분을 따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달 27일 양측에 제시한 중재안에는 총 10개 조항이 담겼다. 핵심은 △조합과 시공단이 기존 계약의 유·무효를 더 이상 논하지 않고 공사비 약 3조 2000억 원에 대한 한국부동산원의 재검증을 거쳐 계약을 변경 △시공단은 조합의 마감재 요구와 관련해 미계약 부분을 조합과 협의해 수용하되 증액분은 조합이 부담 △조합은 분양 지연 및 공사 기간 연장에 따른 손실 등을 수용 △조합은 시공단에 제기한 소송을 취하하고 올해 4월의 계약 무효 총회 또한 철회한다는 내용 등이다.

조합 관계자는 “시공단에 대한 소송 취하 및 계약 취소 총회 무효화가 서울시의 권고 사항이라면 따를 것”이라며 “이외의 내용도 순서와 절차 등에 관한 이견일 뿐 대부분 중재안을 그대로 수용하고 서울시의 권고대로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사 기간 연장에 따른 비용을 조합이 책임지는 부분은 귀책 사유가 어느 쪽에 있는지 따져봐야 할 문제”라며 서울시에 추가 판단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중재를 이끌고 있는 김장수 서울시 공동주택지원과장은 “조합 및 시공단이 의견을 제시한 조항들에 대해서는 대화를 지속해나갈 것”이라며 “중재 이후 양측의 의견이 좁혀지고 있는 만큼 최종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서울시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중재안 주요 내용 및 둔촌주공 분쟁·협상 일지. 서울경제DB


시공단은 ‘요지부동’…"서로 양보해야 파국 면해"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이 서울시의 중재안을 받아들였지만 사업이 제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 있다. 시공사업단은 조합이 중재안 수용 의사를 밝히기 이틀 전인 지난달 31일 중재안을 받아들일 법적·절차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사실상의 거부 의사를 서울시에 전달했다. 조합은 소송 취하와 총회 결의 등을 통해 공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시공단은 기존의 완강한 자세를 풀어야 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 사업 시계가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합, 중재안 수용 배경은=증액된 공사비 인정을 두고 수개월 간 접점을 찾지 못하다 결국 공사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은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공사 중단 이후에도 조합과 시공단은 평행선을 달리며 협상 자체가 어렵던 차에 조합이 갑작스럽게 한 발 물러서며 서울시 중재안을 수용한 이유로는 공사 기간 연장에 따른 금전적 손실이 우선 꼽힌다. 또한 최근 들어 폭등한 건설 원자재 가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조합이 대여한 사업비는 약 7000억 원으로 올 8월 24일이 만기다. 조합은 만기 연장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사업비를 대여한 대주단은 현 대치 국면이 해소되지 않는 한 만기 연장은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단 또한 그동안의 요구 사항을 조합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공사 정상화를 위한 협의에 진전이 있을 수 없으며 이에 따라 대출 보증이 어렵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조합이 단독으로 채무를 변제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서울시 중재안 수용은 조합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극심해지고 있는 원자재 가격 상승 또한 중재안 수용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건설 현장에서 주로 쓰이는 주요 자재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건설공사비지수’는 4월 기준 145.16으로 지난해 4월(128.65) 대비 12.8% 올랐다. 건설공사비지수의 주요 조사 품목은 철근, 레미콘, 벽돌, 알루미늄 거푸집 등이다.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을 지낸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사업 장기화에 따른 금융 부담과 원자재 값 상승으로 인해 조합 측이 협상에 대한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경한 시공단, 협상 나설까=시공단은 조합의 중재안 수용 표명이 있기 이틀 전인 지난달 31일 서울시 중재안을 받아들일 법적·절차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사실상의 거부 의사를 서울시에 전달했다. 입장문에서 시공단은 조합이 서울동부지법에 제기한 ‘공사 도급 변경 계약 무효 확인 소’ 및 올해 4월 총회에서 의결한 ‘공사 계약 변경의 건’ 의결을 우선 취소해야 공사 재개에 대한 계약적·법적 근거를 확보할 수 있으므로 서울시 중재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시 중재 및 조합과의 협상에 나서고 있는 시공단 관계자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시공단은 기존 계약서에 의거해 52%가량의 공정을 진행했는데 조합이 공사 근거가 되는 법적 계약을 무효화한 상황에서 공사를 재개할 수는 없다”며 “소송 취하 및 계약 무효화한 총회의 재무효화 등 조합의 선행 조치가 있어야 조합과의 협상 및 공사 재개 가능성이 열린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사비를 아무런 대가 없이 선투입한 상황에서 법적 보장 없이 시공단이 선뜻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관건은 조합 총회를 통한 계약 취소 조치 무효화에 있다”고 진단했다.



◇관건은 중재안 이행 시기 될 듯=서울시가 제시한 중재안을 조합이 큰 틀에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면서 논의가 진전될 가능성이 열렸지만 결국 관건은 중재안에 명시된 조합 측 이행 사항의 이행 시기에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재안에는 시공단이 요구하는 계약 무효 소송 취하 등의 내용이 담겼지만 조합은 이를 시공단이 공사 재개에 나선 후 이행한다는 입장이다. 이 조건을 협상을 위한 선행 조치로 내건 시공단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셈이다.

이 연구위원은 “조합의 선행 조치 없이 시공단이 지금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시공단의 입장 전향도 필요하겠지만 조합이 먼저 시공단이 움직일 수 있는 법적·계약적 토대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 대표는 “갈등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수천 명에 달하는 일반 조합원과 청약을 바라보고 있는 무주택자들”이라며 “조합이 한 발짝 물러서며 사태 진전을 위한 여지를 만든 만큼 시공단도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원 1인당 2.7억 추가부담 위기


한편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6개월간 중단될 경우 손실액이 1조 60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비 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정상화위원회는 최근 외부 업체에 예상 손실액 규모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의뢰했고 그 결과 손실액이 1조 5855억 2000만 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정상위 관계자는 “손실액이 대략 얼마나 되는지 추산하기 위해 전문 용역을 맡겼는데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며 “조합원들이 추가 분담금을 2억 7000만~2억 8000만 원 정도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번 시뮬레이션은 공사 중단이 6개월간 이어져 올 10월께 공사가 재개되고 이후 공기가 9개월 지연되는 상황을 전제로 했다. 당초 예정된 입주 일정(2023년 8월)보다 15개월 늦어진 2024년 11월 입주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손실 규모를 추산했다. 이렇게 나온 1조 6000억 원에는 공사 재개 비용, 중단 기간 손실 비용과 공기 및 분양 지연 비용 등의 공사비, 그리고 이주비 금융 비용과 추가 운영비 등 사업비, 조합원 임대차 연장에 대한 금융 비용 등이 모두 포함됐다. 공사 중단으로 발생한 손실액을 메우기 위해서는 일반분양가가 3.3㎡당 4500만 원 이상이 돼야 할 것이라는 게 정상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공사 중단 사태가 6개월보다 더 길어질 경우 손실액은 더욱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둔촌주공 사태가 이른 시일 내에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새 정부가 약속한 ‘250만+ α’의 주택 공급 계획이 초반부터 흔들릴 수 있다. 정부가 계획한 주택 공급 물량 가운데 47만 가구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 나온다. 둔촌주공은 일반분양 물량만 4800가구에 달하는 데다 공사비 문제로 갈등을 빚는 다른 사업장의 선례가 될 수 있는 사업장이다. 실제로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 1월 말 기준 서울 상반기 분양 계획 물량은 9734가구에 달했지만 둔촌주공 물량이 조합과 시공단 간 갈등으로 대거 빠지면서 총량도 76% 감소한 2350가구(5월 기준)로 떨어졌다.

"둔촌주공 연내 분양 촉박, 주거계획 수정해야"


내 집 마련을 원하는 고가점 청약통장 소지자들은 시시각각 바뀌는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 재건축 사업 현황에 주목하고 있다. “둔촌주공을 기다리며 청약통장을 아껴왔다”는 이들은 공급 물량이 희귀한 서울 동남권에서 진행되는 청약이 제 궤도에 다시 오를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다만 정비 업계는 정상화 이후에도 분양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여유 있게 주거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경제가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이 서울시의 중재안을 전격 수용하겠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한 후 ‘부동산스터디’와 ‘서울 내집마련 길잡이’ 등 포털 사이트의 부동산·청약 카페에서는 향후 전개될 상황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특히 청약에 관심이 높은 이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는 “연내 분양은 정말 불가능한 것이냐” “조속한 해결을 원한다”는 의견부터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입장이 크게 달라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이들의 의견은 여러 갈래로 갈렸지만 일반분양 시점과 물량이 어떻게 될지는 공통의 관심사였다.

다만 정비 업계는 연내에 일반분양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분양가 확정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비 업계 관계자는 “현재 공정률 52%인 둔촌주공 사업장은 당장 공사를 재개하고 분양에 들어가더라도 후분양에 속한다”며 “통상적인 일반분양을 고려해 중도금 정도만 마련해둔 청약 대기자들의 자금 조달 계획이 대거 수정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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