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역량 미달의 회계법인이 대기업의 지정감사를 수행할 수 없을 전망이다. 금융 당국이 자산 2조 원 이상인 글로벌 기업은 ‘급’에 맞는 우수한 회계법인에게 감사받도록 감사인 지정제도를 개편하면서다. 회계법인의 감사 품질을 끌어 올릴 유인책도 마련했다.
금융위원회는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변경 예고한다며 이같이 17일 밝혔다.
감사인 지정제도는 독립적인 외부감사가 필요한 기업에게 증권선물위원회가 외부감사인을 지정해주는 제도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감사인 지정 대상 기업은 회계 부정 위험성이 큰 곳이다. 그러나 상장사와 대형 비상장사는 회계부정 위험과 무관하게 주기적 지정제 대상이다. 6년간 감사인을 자유롭게 선임하는 대신 3년 동안은 감사인을 지정받는 것이다.
개정안에서는 자산 2조 원 이상 글로벌 기업이 글로벌 회계법인과 파트너 관계인 ‘4대 회계법인’에게 감사받도록 기업군(群) 분류가 기존 나군에서 가군으로 개선된다. 기존에는 기업군 분류 기준 가군이 자산 5조 원 이상이었고 나군은 1조~5조 원이었다. 회계법인 역시 가군, 나군 식으로 분류되는데 가군 기업은 가군의 회계법인에게 감사를 받는 식이다. 가군 회계법인은 이른바 회계법인 빅4가 들어가있다. 나군에는 로컬 회계법인이 포함됐다.
문제는 기존 자산 규모 2조 원 이상 기업들(기업 분류 기준 나군)은 4대 회계법인(회계법인 분류 기준 가군)에서만 감사를 받았는데 감사인 지정제가 도입되면서 로컬 회계법인(회계법인 분류 기준 나군 이하)에게 감사를 받게 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은 코스피(KOSPI) 200 지수에 포함되고 해외 영업이 많아 글로벌 회계법인을 선임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금융위는 기업 분류 최상위군인 가군을 자산 규모 5조 원에서 2조 원 이상 기업으로 조정한다. 또 기존 5개 군 분류를 4개 군으로 조정한다.
개정안은 회계법인의 군(群) 분류 요건도 변경하는 내용을 담는다. 회계법인이 상위군으로 분류되기 위해 이전보다 높은 품질관리인력 수준 및 손해배상 능력을 충족해야 한다. 개정안은 회계법인의 자발적인 감사품질 개선도 유도한다. 감사인 지정점수 산정 시 품질관리 개선 노력 지표를 대폭 반영하고 부실 감사에 대한 벌칙을 확대하는 내용도 담았다. 감사인 지정점수는 지정 감사인을 정하기 위해 산정하는 회계법인의 평가점수로, 회계사 수를 비롯해 경력 기간, 회계감사 매출액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다.
이 외에 금융위는 △하향 재지정 제도 부작용 개선 △미등록 회계법인에 중소 비상장기업 지정 감사 △지정 감사 비중 조정 등 방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진행한다. 금융위는 규정변경을 예고한 후 9월 중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2023 사업연도 감사인 지정부터 개편된 제도를 적용할 계획이다.
송병관 금융위 기업회계팀장은 “8월부터 감사인 지정제도 개편을 위한 TF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며 “감사 보수 수준 평가 등 회계 개혁 당시 도입된 모든 과제를 전반적으로 다 리뷰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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