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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이수민 건설부동산부 차장





한때 국민평형 이하 면적의 주택을 구입하면 양도소득세를 5년간 면제해주던 시기가 있었다. 특정 기간에 구입한 집을 5년 안에만 매도하면 그 집을 팔아 얻은 수익이 얼마든 그에 대한 세금이 없었던 것이다. 본인 명의 집이 딱 한 채만 있더라도 그 집에서 2년간 거주하지 않으면 투기꾼으로 판단돼 최대 70%의 양도세를 내야 하는 2022년의 시점에서 본다면 심장박동 수가 치솟을 정도로 ‘대박’ 혜택이다.

하지만 9년 전 서울경제를 포함한 여러 매체에서 ‘새 정부 첫 부동산 정책’ 등의 큼직한 제목을 붙여 강력한 세제 혜택을 널리 알렸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금융위기를 거치며 하락세를 보였던 주택 경기가 한참 더 바닥으로 가라앉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경제부총리까지 나서서 ‘빚내서 집 사라’고 했지만 막상 서울 등 핵심 지역의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한 때는 2016년 이후의 일이다. 시장이 바닥을 지나고 있을 때를 기민하게 알아차리고 매수 버튼을 누른 경우는 지극히 드물었다.

그런가 하면 정부가 국민들에게 집을 사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때도 있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영끌하는 30대가 하우스푸어가 될까 안타깝다’며 내 집 한 칸에 대한 열망을 물정 모르는 이들의 부화뇌동 따위로 진단하던 시기였다. 이 시절 정부는 집값이 이렇게 계속 오르면 평생 셋방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뭇사람들의 ‘근원적 공포’를 컨트롤할 수 있는 대상이라 판단한 것 같다. 28번에 걸쳐 나온 부동산 정책은 그래서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는 돈줄을 죄거나 보유세를 높이는 등 금지에 금지를 더했다. 전형적인 네거티브 규제였다.



그렇지만 ‘하지 마라’고 하면 더욱 집중해서 길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정부가 다주택자를 엄벌(?)하겠다고 발표하면 수요는 주택 수에 산입되지 않는 오피스텔로 몰렸고 과세 당국이 이를 겨냥해 일반 임대 등록한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판단해 예상보다 높은 세금을 매기자 다시 사람들은 지식산업센터와 생활형숙박시설을 대안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듯 유례없이 오른 부동산 가격이다.

이 역설적 상황들은 정부가 정책으로 구현하려 했던 이상과 현실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역대 정부가 생물처럼 시시각각 생존 전략을 바꾸는 시장에 다소 늦게, 피동적으로 움직인 사례로도 꼽을 수 있겠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을 앞두고 ‘250만+α’ 가구 주택 공급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는 현 정부는 같은 실책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일단 상황은 현 정부에 나쁘지 않다. 연내 한두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는 금리는 의도치 않게 시장의 소방수 역할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서울 아파트 가격은 보합 또는 소폭의 하락세가 유지되고 있다. ‘선당후곰(당첨 후 고민한다)’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수도권 청약 시장도 ‘무순위’로 넘어가는 등 시장이 진정돼 가는 모습이다. 최근 만난 국토부 고위 관계자도 주간 아파트 시세를 허겁지겁 쫓아야 했던 지난해와 달리 지금은 차분하게 정책을 고민할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아무래도 멀리 내다보는 주택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편”이라는 그의 발언처럼 윤석열 정부가 모처럼 맞이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이뤄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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