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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무너지고, 단전·단수…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폭우에 완전히 무너져버린 집

기약 없이 대피소에 머무는 이재민

“집에 언제쯤 돌아갈 수 있을지…”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공무원은 과로 호소

“어제 밤샜는데 오늘도 밤샐 것 같다”

폭우 이재민들이 1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사당종합체육관 대피소 내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건율 기자




“비 소식만 들으면 공포감이 들어요. 비가 또 온다는데 집에 들어가도 되는 건지…” (50대 여성 박 모 씨)

“반지하는 원래도 습하거든요. 근데 거기에 다 물이 스며들었으니까…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거기서 살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50대 남성 윤 모 씨)

80년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13일 기준 전국 7개 시·도에서 65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들은 벌써 일주일째 각 구청이 마련한 대피소에서 기약 없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모두 집으로 돌아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만, 언제쯤 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무너진 축대와 옹벽, 잠겨버린 집, 떠내려간 세간살이를 복구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려서다. 설상가상 주말 동안 비 소식이 예보되면서 복구 작업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13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에서 가장 많은 이재민이 발생한 동작구는 8일 밤부터 동작중학교, 사당2동주민센터, 사당종합체육관 3곳에 대피소를 마련해 운영 중이다. 이 중 동작중학교 대피소에는 물난리를 피해 온 이재민 30여명이 머물렀다. 사당종합체육관에는 29개의 구호쉘터를 마련해 이재민들이 생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은 매트나 스티로폼 위에 담요를 깔아놓고 아침에는 김밥을, 늦은 점심에는 컵밥과 컵라면 등을 먹으며 생활 중이다.

폭우 이재민들이 9일 오후 3시 서울 동작구 동작중학교 대피소에 모여 매트리스 위에 담요를 깔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남명 기자




이재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건 더딘 복구 진행 속도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침수, 붕괴, 단전, 단수 등 피해가 잇따랐지만, 아직 완전히 복구되지 못했다. 이번 폭우로 옹벽 붕괴 피해를 입은 극동아파트 주민 신 모(31) 씨는 “아파트 바로 옆에 설치된 옹벽은 지금은 축대로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언제 무너질 지 몰라 불안하고, 축대를 더 세운다고는 하는데 토사물이 쏟아져 작업이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며 “빨리 복구가 돼야 집으로 돌아갈텐데 불안해서 언제쯤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최 모(71) 씨 역시 “무너진 옹벽 공사가 언제 마무리될지 모르겠다”며 “공사가 더디가 진행되는 것 같아 나서서 말하고 싶긴 하지만, 주민 각자가 목소리 내면 안될 것 같아 참고 있다”고 털어놨다.

반지하 침수 피해로 대피소를 찾은 윤 모(57) 씨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윤 씨는 “처음에는 현관 밖 1㎝ 정도 차올랐던 물이 순식간에 주방 창문, 현관 등을 통해 밀려 들어왔다”며 “모래 주머니로 현관을 막아봤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안그래도 반지하는 습해서 힘든데, 집이 흙탕물에 잠겨버렸다”며 “건질 것도 거의 없고 (세간살이를) 다 내다버려야 하는 수준이라, 집이 복구가 될 지 모르겠어서 당분간 계속 대피소에 머물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중학교 대피소를 찾은 이재민들의 상황도 비슷했다. 남편과 함께 대피한 김 모(77) 씨는 “폭우로 집이 반파가 됐다고 보면 된다”며 “옆집에서 물이 넘쳐 우리 집까지 쏟아지면서 냉장고며 장롱이며 싹 다 물에 둥둥 떴다”고 했다. 김 씨네 집은 완전히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하는 수준이다. 돌아갈 집이 없으니, 집을 새로 짓기 전까지는 계속 이재민 대피소에 머물러야 한다.

하지만 구룡중학교가 15일 개학을 앞두면서, 대피소는 당장 오늘까지만 운영된다. 구청 측은 김 씨 같은 이재민들을 위해 숙소를 따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재민들의 기약 없는 대피소 생활은 공무원 과로로도 이어지고 있다. 공무원들은 “어제도 밤새 근무했는데 오늘도 교대할 직원 없어 밤을 새야 한다”면서 “비상근무 3단계가 발령돼 전 직원이 모두 나와서 일을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교대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동작구청 측은 “대피소마다 공무원을 1~2명씩 배치하되, 유동적으로 인원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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