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그룹의 대미 전기차 수출이 현지 생산량 확대와 판매 부진의 여파로 대폭 감소했다. 올해 9월부터는 미국의 전기차 세액공제도 종료되면서 현지 시장 상황이 더욱 치열해지는 만큼 국내 생산 기반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현대차·기아(000270)가 올해 1∼5월 미국에 수출한 전기차는 작년 동기(5만 9705대)보다 88.0% 감소한 7156대에 그쳤다. 현대차(제네시스 포함)는 87.0%가 감소한 3906대, 기아는 89.1% 줄어든 3250대를 수출했다.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전략이 본격화한 2021년을 제외하면 가장 작은 수출 규모다. 현대차·기아의 대미 전기차 수출은 1∼5월 기준 2021년 4441대, 2022년 2만 8474대, 2023년 4만 6542대, 지난해 5만 9705대로 꾸준히 증가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2021년 1만 9820대, 2022년 6만 8923대, 2023년 12만 1876대, 지난해 9만 2049대 등이었다. 올해는 2만 대를 넘기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출 감소는 현대차그룹이 최근 미국에 전기차 생산 기반을 구축한 데다 현지 판매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준공하고 상반기 동안 아이오닉5 2만 8957대, 아이오닉9 4187대를 출고했다. 기아도 지난해 전기차 현지 생산을 시작해 올해 미국에서 EV6 7441대, EV9 7417대를 생산해 판매했다.
녹록지 않은 시장 상황도 문제다. 워즈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현대차·기아가 올 상반기 미국에서 판매한 전기차는 4만 4555대로 작년 동기보다 28.0% 감소했다. 미국 내 전기차 총판매량이 5.2% 증가했지만 현대차·기아는 역성장한 것이다. 상반기 기준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 감소는 2021년 이래 처음이다.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 시행으로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가 오는 9월 말로 조기 종료된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전기차 판매량이 연간 최대 4만 5828대(매출 약 2조 7200억 원)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현대차·기아의 국내 전기차 생산 기반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은 작년 현대차그룹의 전체 전기차 수출(25만 4967대)의 36%를 차지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이달 16일부터 21일까지 아이오닉5, 코나EV를 생산하는 울산 1공장 12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올해 들어 5번째 휴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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