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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인간의 품격이 리더의 전부다

■ 김영식 전 제1야전군사령관 (예비역 대장)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큰 인기를 얻은 것은 드라마에서 사람 사는 냄새가 나기 때문이었다. 비틀린 군상들이 벌이는 인간 막장의 이야기가 아니라 따뜻한 시선과 순박한 가슴으로 사람을 대하는 ‘우영우’의 인간다움이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가장 큰 매력이었다.

많은 사람이 필자에게 묻는 질문 중 하나가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이냐’이고 반대로 필자가 가장 자주 하는 질문은 ‘어떤 장군이 최고의 장군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것인데, 이 두 질문에 여러분은 어떤 답을 하시겠는가. 정답이 없는 문제지만 막상 하나를 콕 집어서 말하려면 쉽게 입이 열리지 않는 화두다.

중장 시절, 장관 주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장관이 갑자기 필자를 지명해 지휘관의 최고 덕목을 물은 적이 있었다. 필자는 ‘인품’이라고 답을 했으며 육사 동기생인 다른 이는 ‘능력’이라고 답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같이 사관학교를 다녔고 같이 군 생활을 했으며 같이 별 셋을 달고 있는 두 사람이 다른 대답을 했으니 정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제법 시간이 지난 지금도 리더의 첫 번째 조건은 인간적 품격을 갖추는 것이라 믿는다. 물론 능력이 없어 부하를 사지로 몰아넣거나 조직을 풍비박산시키는 리더가 없어야 하지만 능력이란 높은 직위에 오르려면 여러 경로를 통해 충분히 검증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비천한 능력의 리더가 활개 치는 일은 별로 없다. 오히려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능력주의 문화로 능력 있는 리더가 자기중심주의를 극대화하는 폐해에 더 유념해야 한다. 평소 눈에 잘 보이지 않아 검증 대상이 되지 않지만 결정적 순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자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품격, 즉 사람다움이다.

사람다움이란 다른 이를 사람으로 대하는 마음과 태도를 의미한다. 부하든 나를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무개든 상관없이 그들 역시 사람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대하는 사람에게서 사람다운 냄새, 인향(人香)이 느껴지는 것은 자명하다. 인간의 삶이란 결함이 있는 자아와 끊임없이 싸우면서 성장하는 과정이다. ‘우영우’가 그러했듯이 그렇게 성장하는 사람에게서 사람다움이 느껴진다.

인간의 품격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겸손과 절제’다. 인품을 갖춘 리더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권력·자산·직위 중 어떤 것도 혼자 이룬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 덕분이라는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스스로 엄격한 가운데 온갖 유혹으로부터 자기를 통제하는 조금은 바보스러운 사람이다. 요즘 발생하는 많은 문제는 겸손과 절제의 상실에서 생기는 필연이다.

우리 사회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나라의 길을 밝혀줄 큰 어른이 없다고 아쉬워하면서 ‘바보 김수환’을 그리워하는 것은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겸손과 절제를 실천하면서 손해 보는 삶을 살았던 진정한 바보였기 때문이다. 리더는 사람과 함께 존재하는 자다. 그러니 ‘인간의 품격이 리더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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