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정 부실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4일 정부의 ‘2022∼2026년 국가 채무 관리 계획’에 따르면 적자성 채무는 지난해 597조 5000억 원에서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 기준 678조 2000억 원으로 늘었고 내년에는 721조 5000억 원으로 증가한다. 이와 관련한 총 이자 비용도 올해 18조 9000억 원에서 내년 22조 9000억 원, 2026년 30조 8000억 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적자성 채무는 자체 상환이 가능한 금융성 채무와 달리 고스란히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
나랏빚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문재인 정부가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한 탓이 컸다. 전 정부 출범 당시 660조 원이었던 국가 채무(D1 기준, 금융성 채무 포함)는 5년 만에 무려 415조 원 증가해 1075조 7000억 원(올해 1차 추경 기준)이 됐다. 연금 충당 부채를 포함한 국가 부채는 5년 동안 763조 원이나 급증해 지난해 말 2196조 원에 달했다.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 때 9% 안팎이던 본예산 지출 증가율을 내년 예산에서 5.2%로 대폭 줄여 ‘긴축 기조’로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68만 원 수준인 병장 월급을 내년에 130만 원으로 올리는 등 선심성 대선 공약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해 재정 건전성을 지키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인구 감소세에 노령화까지 겹쳐 복지 수요는 앞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가계·기업 부채가 모두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넘어섰는데 나랏빚까지 많으면 미래 세대에 과도한 짐을 안기게 된다. 더욱이 대외 경제 환경이 불안한 와중에 재정 건전성은 국가 신인도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다. 정부는 이번 주 GDP 대비 관리 재정 적자 비율을 3%로 제한하되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60%를 넘으면 적자 비율을 2%로 낮추는 내용의 재정 준칙 입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 정부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겠다는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강력한 내용으로 재정 준칙 법제화를 완성해 대내외에 재정 건전성 강화에 대한 남다른 의지를 보여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