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국가, 기업, 개인의 ‘3층 연금’ 구조를 구축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급격한 고령화로 2035년이면 한국의 국민연금 격인 양로보험이 고갈될 우려에 처해 사적 연금 시장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22일(현지시간)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초상증권의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의 개인연금 시장이 5년 안에 약 7200억 위안(약 143조 원), 10년 안에 2조7700억 위안(약 550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4월 21일 사적 연금 제도 발전에 관한 정책을 발표했다. 일부 도시에서 1년간 개인연금 가입 제도를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이후 중국 은행들은 개인연금 계좌 개설을 위한 고객 유치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본격적인 개인연금 도입에 앞서 고객 확보를 위해 자금을 미리 예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모바일 앱에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초상은행은 모바일 앱에서 한 달 동안 은행에 사전 등록한 사용자에게 현금 상품과 함께 추첨을 통해 경품을 제공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기존 은행 계좌 소유자는 연금 관련 신규 계좌를 개설하고 자산 관리 및 뮤추얼 펀드 상품을 새 계좌로 이체할 수 있게 했다.
중신은행과 건설은행은 아직 개인연금 관련 펀드 게정을 만들 수 없지만 모바일 앱 연금 섹션 아래에 ‘개인연금’ 아이콘을 추가했다. 중신은행은 5월에 앱에 ‘Happiness+’라는 이름의 기능을 출시했다. 고객의 연금 관련 자산과 투자를 통합하고, 다른 투자 상품을 구매하거나 은퇴 계획과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개인연금 서비스 도입에 대비해 주요 국영 은행들은 직원들을 연금 부서로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직원은 높은 수준의 정책 지원이 개인연금 상품 판매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며 스스로 전근을 요청하기도 했다. 은행권에서는 대형 국영은행이 더 많은 고객과 지점을 보유하고 있어 소규모 은행에 비해 개인연금 고객을 유치하는데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양로보험에 대한 압박이 증가하면서 개인연금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중국은 아직까지 한국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양로보험은 활성화 돼 있지만 우리처럼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더한 3층 연금 구조는 확립되지 못한 상태이다.
개인연금은 이제 시작 단계에 있고 퇴직연금은 기업의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대기업과 공기업, 외국계 기업 정도만 운용해 20세 이상 인구의 2%만 적용받는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2019년 보고서 에 따르면 정부가 관리하는 양로보험 연기금은 2028년에 1181억 위안의 적자가 예상된다. 이르면 2035년에 자금이 고갈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로보험은 2019년 가준 20세 이상 인구의 87%가 가입해 총자산이 4조4000만위안(약 795조원)에 달한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60세 이상 인구가 2억6700만 명으로 중국 인구 14억 명 중 약 18.9%를 차지한다. 2035년까지 60세 이상 비율이 30%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돼 연기금 고갈시기도 앞당겨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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