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높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결국 노후 보장은 퇴직·개인연금의 성과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연금 투자의 성패를 가르는 조건은 두 가지, 얼마나 잘 분산했느냐와 얼마나 꾸준히 축적했느냐입니다.”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개인솔루션본부장은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성공적인 연금 투자를 위한 전략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올 7월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도입된 후 퇴직연금 시장에 대한 주목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다음 달 적격 상품이 발표되면 디폴트옵션이 본격 시행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옵션 선택을 앞두고 직장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퇴직연금을 잘 굴려 보다 높은 장기 성과를 거두는 방법이다. 최 본부장은 “이기는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우량 자산을 잘 분산투자해 오랫동안 갖고 있는 것보다 나은 방법이 없다”며 “투자자가 자산을 꼬박꼬박 사서 장기적으로 잘 보유하고 있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디폴트옵션의 본질적인 취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떤 자산에 어떻게 분산투자하는 것이 좋은지 혹은 언제 투자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게 쉽지 않다. 지난해까지 퇴직연금의 86%가 1~2%대 수익률을 내는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머물렀던 이유이기도 하다. 최 본부장은 디폴트옵션에 가장 적합한 상품으로 타깃데이트펀드(TDF)를 제시했다. TDF는 투자자의 생애 주기에 맞춰 투자 자산 비중을 알아서 조정하는 분산투자형 상품으로 디폴트옵션에 따른 실질적 머니무브가 시작될 내년 상반기를 앞두고 운용 업계에서 가장 주력하고 있는 상품군 중 하나다. 대부분이 위험·안전 자산 분배는 물론 미국 등 선진시장과 아시아·유럽 지역의 이머징 마켓에 대한 글로벌 분산투자 전략을 취하고 있다. 최 본부장은 “TDF의 장점은 글로벌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다시 분산해 담고 있어 연금 투자의 핵심인 분산 효과가 엄청나다는 것”이라며 “대박을 내는 상품은 아니지만 인플레이션을 이기고 노후 자산을 쌓아가는 데 적합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본부장은 좋은 TDF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상품의 장기 수익률과 변동성을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TDF를 고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과거의 성과를 따져보는 것으로, 특히 최소 3년 이상의 수익률을 봐야 한다”며 “아직 장기 성과를 검증 받지 않은 TDF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 수익률을 따졌다면 그다음은 성과 변동성이다. 얼마나 안정적으로 상품을 운용해왔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최 본부장은 “장기 자산은 오랫동안 보유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변동성이 낮아야 한다”며 “같은 기간 동안 비슷한 수익률을 냈더라도 성과가 널뛰기하지 않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이 두 가지 요소를 함께 추구하기 위해 펀드에 대해 ‘하이브리드 환 헤지’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 주식 등 위험 자산에 대해서는 환 오픈하고, 채권 등 인컴형 자산에 대해서는 환 헤지하는 운용 전략이다. 최 본부장은 위험 자산에 한해 환 리스크를 부담하는 이유에 대해 “통계적으로 금융위기나 침체가 올 때마다 항상 안전 자산인 달러는 초강세를 띠기 때문에 장기 투자 시 환을 오픈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며 “동시에 인컴자산에 대해서는 환 헤지를 통해 금리 관련 손실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자산운용 펀드는 2018년부터 꾸준히 하이브리드 환 헤지 전략에 따라 운용되고 있다.
최 본부장은 분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좋은 전략으로 ‘빈티지(목표시점) 트레이딩’도 제시했다. 빈티지는 2030·2040·2050 등 TDF 상품 뒤쪽에 붙는 숫자로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의미한다. 시장 상황에 따라 적합한 빈티지를 선택해 투자 후 함께 축적하는 방식이다. 그는 “지금과 같이 시장 변동성이 큰 침체 국면에서는 안전 자산 비중이 높은 빈티지의 TDF를 사들이고 경기 상황이 나아지는 순간부터는 위험 자산 비중이 높은 빈티지의 TDF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상품을 축적하면 변동성을 보다 확실하게 방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전략들이 은퇴 시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기 보유’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본부장은 “피터 린치가 운용한 마젤란 펀드는 13년간 연평균 20~30%의 수익을 냈지만 투자한 사람의 반이 손해를 봤다”며 “그만큼 장기 보유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퇴직연금 운용에 있어서 가장 지양해야 할 방식은 보유 자산을 샀다 팔았다 하는 것”이라며 “타이밍이 아닌 타임을 노려야 성과 검증의 시간이 왔을 때 승리자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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