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경상수지 흑자가 16억 달러를 간신히 넘기며 한 달 만에 다시 흑자로 돌아섰다. 다만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나 최대 교역국인 대중(對中) 수출 여건이 여전히 좋지 않은 데다 원자재 수입마저 줄지 않아 안정적인 흑자 기조로 돌아섰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미국의 긴축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만큼 경상수지가 언제든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경상수지는 16억 1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8월(-30억 5000만 달러) 적자에서 한 달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다만 지난해 9월(105억 1000만 달러)과 비교해서는 흑자 규모가 7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경상수지가 소폭이나마 흑자 전환한 것은 상품수지가 4억 9000만 달러로 3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수출은 570억 9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억 2000만 달러(0.7%) 감소했다.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한 것은 2020년 10월(-3.5%) 이후 23개월 만에 처음이다. 반도체(-5.0%) 등 주력 품목은 여전히 수출 감소세를 보였으며 대중 수출 역시 6.5% 줄어들었다. 수입은 565억 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6억 3000만 달러(18.0%) 증가했다. 원자재 수입이 늘고 자본재와 소비재 수입도 확대된 결과다.
문제는 우리의 3대 수출 대상국인 미국·중국·유럽연합(EU)이 동반 부진을 겪고 있어 상품수지 개선이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이후 중국의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등 경기 부진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리 수출도 영향을 피해가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겨울철 에너지 사용이 늘어나면 원자재 수입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향후 수출은 중국 방역 조치 완화, 글로벌 성장세 흐름, 정보기술(IT) 경기 등에 좌우되고 수입도 에너지 가격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향후 경상수지 흐름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서비스수지는 3억 4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지난해 9월(-6000억 달러)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그동안 효자 노릇을 했던 운송 수입이 해상 운임 하락 영향으로 5억 2000만 달러 줄었기 때문이다. 운송수지뿐만 아니라 여행수지도 불안하다. 최대 여행지인 일본의 입국 규제 완화와 엔저 등으로 내국인의 해외 여행은 점차 늘어나는 반면 최대 내방국 중국의 출입국 통제가 여전해 외국인의 국내 여행은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악재로 한은이 당초 전망했던 연간 370억 달러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1~9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241억 4000만 달러로 지난해 1~9월(674억 1000만 달러) 대비 432억 7000만 달러나 줄었다. 2011년(166억 4000만 달러) 이후 11년 만에 최소 흑자를 낼 가능성도 커진 셈이다. 이달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전망치를 다소 낮출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미 8월 전망 당시부터 올해(370억 달러)보다 내년(340억 달러)을 더 어둡게 보고 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내년 상반기까지 몇 차례 경상수지 적자 위기를 겪고 나면 하반기부터 경기 개선과 함께 경상수지도 점차 회복될 것”이라며 “상품수지도 걱정이지만 해외여행 보복 소비가 급증하고 있어 여행수지 적자가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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