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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조 시장 진입 기회 열렸다"…빅파마 긴장하게 할 'K-항암제' 등장에 관심 집중

[ESMO Asia 2022] 유한양행 렉라자 3상 임상 발표

아시아인 대상 일관된 mPFS 개선 효과 확인·경쟁약과 차별화

폐암 1차치료제 시장 진입 청신호…뇌전이·L858R 변이에도 강점

조병철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ESMO Asia Congress 2022 플레너리 세션에서 발표 중이다. 사진 제공=ESMO Asia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NSCLC)의 1차치료제로 새로운 옵션이 등장했습니다. CHRYSALIS, MARIPOSA 등 '렉라자'와 다른 약물의 병용요법을 평가하고 있는 글로벌 임상 결과도 기대가 됩니다. "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연례회의(ESMO Asia Congress 2022) 둘째날인 3일(현지시간) 플레너리 세션에서 LASER301 글로벌 3상 임상 결과 발표를 접한 벤자민 솔로몬(Benjamin Solomon) 교수(호주 멜버른대학)가 내린 평가다.

싱가포르 선텍 컨벤션-전시센터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연례회의(ESMO Asia Congress 2022) 둘째날, 플레너리 세션장은 2000여 명의 청중으로 자리가 가득 채워졌다. 유한양행(000100)이 개발한 3세대 EGFR 티로신키나아제억제제(TKI)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1차치료 효과를 평가한 LASER301 글로벌 3상 임상 발표를 듣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각국에서 온 암 연구자와 제약업계 관계자들이다. 자리가 없어 홀 밖에 마련된 화면을 통해 발표를 듣거나 슬라이드를 연신 찍으며 집중하는 이들도 많았다. 새로운 3세대 EGFR 표적항암제에 대한 관심과 국산 신약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 무진행 생존기간 20.6개월..."1차치료제 가능성 충분"


이날 발표의 흥행은 어느 정도 예견 가능한 상황이었다. 본 행사 개막 전인 1일 공개된 초록 데이터에서 렉라자는 이전에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활성형 EGFR 양성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를 상대로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 20.6개월을 기록했다. 비교 대상인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의 mPFS 9.7개월과 약 11개월의 차이를 확보하며 임상적으로 유의한 무진행생존기간 개선 효과를 확인한 것이다.

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종양내과 교수)은 이날 발표에서 "렉라자는 대조군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55% 낮추며 일차 유효성 평가변수를 충족시켰다"며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새로운 1차 표준치료제로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무진행 생존기간은 항암제의 효능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평가 지표로, 종양 크기가 커지는 등 질병이 진행되지 않거나 사망에 이르지 않는 기간을 말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비소세포폐암으로 진단받고 EGFR 엑손(exon) 19 결손 및 L858R 변이가 확인된 환자에게 가장 먼저 '렉라자'를 복용했을 때 20개월 넘는 기간 동안 암이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의미다.

조 교수는 특히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중에서도 예후가 나쁘다고 알려진 뇌전이와 L858R 변이 환자에서 뛰어난 종양억제 효과를 나타낸 점에 주목했다. 발표에 따르면 렉라자는 중추신경계(CNS) 등 뇌전이를 동반한 환자에서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58%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CNS 전이가 없는 환자에서 감소 효과는 56%로, 뇌전이 여부와 관계 없이 일관된 mPFS 개선 효과를 입증한 것이다.

ESMO Asia Congress 2022 플레너리 세션에는 2000여 명의 청중이 몰렸다. 사진 제공=ESMO Asia


세부 돌연변이 유형에 따른 mPFS 분석 결과를 살펴봐도 마찬가지였다. 엑손 19 결손 환자의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비(HR)는 0.46으로 전체 피험자의 HR과 유사했다. 기존 3세대 EGFR-TKI를 복용했을 때 효과가 떨어져 예후가 훨씬 나쁘다고 알려졌던 엑손 21 L858R 치환 변이 환자의 경우도 HR 0.41로 종양 억제 효과가 뛰어났다. 동일 계열의 타그리소보다 더욱 강력한 종양억제 효과를 나타낸 것이다. 조 교수는 "앞서 시행돼던 세포주 실험이나 동물실험에서도 강력한 종양억제 효과를 시사하는 시그널이 있었다"며 "분자구조가 유사하고 타깃이 동일하더라도 억제 효과가 더욱 강력하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 전 세계 '6조' 시장 열린다…블록버스터 약과 겨룰 만한 경쟁력 확인


현재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치료 표준요법은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다. 렉라자와 동일한 3세대 EGFR-TKI인 타그리소는 일찌감치 FLAURA 3상 임상을 근거로 2018년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타그리소'의 1차치료 적응증을 허가 받았다. LASER301과 유사하게 1세대 EGFR-TKI와 비교한 FLAURA 연구에서 타그리소는 mPFS 18.9개월,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 38.6개월을 기록했다.



두 약을 직접 비교한 임상연구는 없지만 단순히 개별 임상에서 확인된 수치를 비교한다면 렉라자가 타그리소보다 2개월 가량 향상된 mPFS 수치를 확보한 것이다. 연구 시작 시점이 늦어진 만큼 아직 데이터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 mOS를 비교하긴 어렵지만 해외 석학들은 기존 표준요법에 견줄 만큼 우수한 임상 데이터를 확인했다는 데 대해 이견이 없었다. 특히 타그리소가 독점하다시피 했던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치료 영역에 새로운 옵션이 생겼다는 데 대한 기대감이 컸다. 다국가 임상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한 3세대 EGFR-TKI는 타그리소에 이어 렉라자가 두 번째다. 중국 바이오기업이 개발한 3세대 EGFR-TKI인 오모러티닙(aumolertinib), 퍼모너티닙(furmonertinib) 역시 3상 임상을 통해 20개월 전후의 mPFS 데이터를 확보했지만 자국민 대상으로만 임상을 진행해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벤자민 솔로 교수가 LASER301 임상 결과에 대한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ESMO Asia


솔로몬 교수는 "3세대 EGFR-TKI를 통해 이보다 더 나은 mPFS 개선을 입증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4세대 EGFR-TKI 또는 프로탁(PROTACs)과 같은 새로운 기전의 약물을 발굴하거나 기존 약물을 활용한 병용요법을 시도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타그리소는 지난해 50억 달러 1500만 달러(약 6조 5500억 원)의 글로벌 매출을 올렸다. 2018년 1차치료제 적응증을 확보한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하며 블록버스터 약물로 자리잡았다. 렉라자가 이번 데이터를 토대로 1차치료 적응증을 확보한다면 6조 원 시장에 진입할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 아시아인 EGFR 변이 비중 최대 55%..."경쟁약과 차별화"


계열 최초 신약(first-in-class)이 아닌데도 이번 데이터가 학회 플레너리 세션으로 배정될 만큼 가치를 인정 받은 배경은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성이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전체 비소세포폐암 중 EGFR 변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40~55%에 달한다. 서양 국가들보다 EGFR 변이 비중이 현저하게 높다. 바꿔 말하면 시장 규모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조 교수는 "동일 계열의 약이 존재하는 만큼 세부 분석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며 "인종별 mPFS를 분석한 결과 아시아인에서 렉라자 복용군의 mPFS는 20.6개월로 이레사 복용군(9.7개월) 대비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54%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참고로 FLAURA 3상 임상을 토대로 아시아인에 대한 하위 분석을 통해 확인된 타그리소의 mPFS는 16.5개월이었다. 전체 환자에 대한 두 약물의 mPFS 차이가 2개월에 그쳤던 데 비해 아시아인에서는 약 4개월로 벌어진 것이다.

조병철 교수가 LASER301 임상 결과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제공=ESMO Asia


조 교수는 "3세대 EGFR-TKI가 1차 표준치료제로 사용되는 상황에서 두 약물을 직접 비교하는 임상연구를 진행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환자에게 약물을 처방할 때는 개별 임상에서 보고된 데이터를 참고할 수 밖에 없다"며 "타그리소가 전체 피험자에 대한 분석 결과에 비해 아시아인에서 다소 아쉬운 mPFS 데이터를 보여줬던 데 비해 렉라자는 EGFR 변이 비중이 높은 아시아인을 상대로 일관된 혜택을 나타냈다"고 강조했다. 향후 경쟁구도를 형성하게 될 타그리소 대비 차별화가 가능할 뿐 아니라, 비싼 가격 때문에 1차치료제로 타그리소를 처방받지 못했던 일부 아시아지역 환자들 입장에선 접근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발표 후 청중석에서는 렉라자를 복용한 환자에서 감각이상(paraesthesia) 이상반응이 유독 많이 나온 이유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조 교수는 "렉라자 복용군에서 감각이상 발생건수가 77건으로 대조군(13건)보다 높았는데 대부분 1등급이어서 관리 가능한 수준이었다"며 "약물용량을 160mg으로 낮추면 증상이 사라지거나 줄었다"고 답했다. 감각이상을 호소한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약물동력학(PK) 수치가 높았는데, 약물용량을 낮추더라도 PK 수치가 동일하게 유지되어 종양억제 효과에는 차이가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어 "타그리소에도 심장독성이란 이상반응이 있지 않나. 모든 약물에는 이상반응이 수반될 수 밖에 없다"며 "타그리소에 없던 이상반응이 확인됐지만 치명적 이상반응이 아닌 데다 약물중단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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