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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뿌리는 한국…국적 문제 해결되길"

■'국내 정착한 고려인의 대모' 신조야

강제 이주 독립운동가 후손 많은데

韓국적 취득자 1000명 중 단 1명

대부분 초청·취업 비자로 들어와

중앙亞 등 본국 돌아갈 생각 안해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가 12일 광주 고려인종합지원센터 사무소에서 고려인의 한국에 대한 애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기 사는 고려인들은 대부분 러시아어를 씁니다. 하지만 아들딸들은 러시아어를 거의 할 줄 모릅니다. 한국어가 훨씬 더 익숙하죠. 같은 얼굴을 하고 같은 언어를 쓰며 같은 음식을 먹는 고려인 4·5세는 완전한 한국 사람입니다.”

한국에 정착한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한인 동포들의 대모 신조야(66·사진) 고려인마을 대표는 12일 광주광역시 월곡동 고려인종합지원센터 사무소에서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는 물론 우리 아이들도 한국의 소중한 동포”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신 대표는 2001년 한국에서 결혼한 딸의 초청으로 한국에 들어와 불법 체류자로 지냈지만 2003년 정부의 사면으로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얻었다. 이후 고려인을 위한 각종 지원 사업에 뛰어들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고려인 지원 센터, 라디오 방송국, 어린이집, 문화원 등을 설립하기도 했다.

신 대표는 고려인을 외국인 근로자나 다문화 이주민과 같은 수준으로 바라보는 것을 거부한다. 물론 이들이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들어왔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들에게 한국은 단순한 돈벌이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고려인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1937년 스탈린 체제의 러시아에서 강제 이주를 당한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다. 신 대표가 “고려인은 단순한 외국인이나 다문화 이주민이 아니라 같은 뿌리, 같은 핏줄을 가진 동포”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고려인종합지원센터




그는 고려인 지원을 위해 언제나 뛰어다닌다.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신 대표를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휴대폰 역시 쉬지 않고 울렸다. 얼마 전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통받는 한인 동포들을 데리고 와 한국 병원에서 무료 치료를 받게 해줬고 무릎관절 통증을 겪고 있는 카자흐스탄의 고려인 4세 화가 문 빅토르를 한국 병원에 입원시키기도 했다. 이렇게 한 명 두 명 모인 고려인들이 이제는 광주에만 7000명 넘게 살고 있다.

신 대표에게는 소원이 하나 있다. 한국에 있는 고려인들이 하루빨리 한국 국적을 취득했으면 하는 것이다. 고려인마을에 정착한 이들 중 한국 국적을 가진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취업 비자 또는 초청 비자로 한국에 들어왔다. 당연히 영주권은 없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본국으로 돌아갔다가 와야 한다. 신 대표는 “한국 국적을 취득한 고려인은 1000명 중 1명이 될까 말까 한 수준”이라며 “그러다 보니 비자 기한이 만료되면 본국으로 들어갔다 다시 나오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광역시 월곡동에 자리 잡은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 흉상.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조선족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하지만 2000여 명이나 되는 고려인 4·5세를 생각하면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는 “국적 취득 문제가 고려인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래도 언젠가는 해결될 것이라는 꿈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려인들이 러시아나 중앙아시아 등 본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전한다. 대부분 한국에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이유 때문만이 아니다. 같은 얼굴을 하고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과 같이 사는 것만큼 행복한 게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언어 소통이 아주 잘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생활하면서 우리의 뿌리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에서 살면서 느끼지 못했던 ‘우리나라’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살아도 여기서 살고 죽어도 여기서 죽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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