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중으로 비상장 테크 기업에 집중하는 3억 달러(약 3750억 원) 규모의 KIC 벤처 그로스 펀드(KVG) 3호를 론칭해 초기 기업 투자도 확대할 예정입니다.”
진승호(사진)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특파원단과 만나 “지금은 수익률이 높은 얼리 스테이지(초기 단계) 스타트업으로 포트폴리오 비중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며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밝혔다. KVG 펀드는 2019년 2억 달러(약 2500억 원) 규모로 1호를 론칭한 후 지난해 2호(약 3억 달러)를 출범했다. 투자 혹한기로 여겨지는 올 상반기에 3호를 출시할 계획이다.
2000억 달러(약 250조 원) 규모의 국부펀드를 운영하는 KIC는 스타트업·부동산·인프라 등 대체투자 비중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진 사장이 취임한 2021년 7월만 해도 16% 정도에 불과했던 대체투자 비중은 점차 늘어나 지난해 기준 22.8%까지 올랐다. 진 사장은 2025년 25%를 향해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진 사장이 주목하는 분야는 테크 기업이다. 지난해 3월 설립된 KIC 실리콘밸리 지사가 중심이 돼 현지 벤처투자자(VC)·스타트업 생태계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그는 “약간의 부침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테크 기업이 미국 경제를 끌고 간다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며 “전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인재들이 모여 새로운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내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테크 기업의 밸류에이션(가치)이 내려간 지금이야말로 “투자자 입장에서 선별을 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이 형성돼 있다”며 “좋은 기업을 비교적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KIC 입장에서도 초기 단계 스타트업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다. 진 사장은 “스타트업이 ‘그로스’나 ‘레이트 스테이지’로 가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지 않다”며 “이제는 시드 투자 등 보다 앞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 “시드 투자한 기업이 커지면 다음 단계에서도 연속적으로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지난해 주식과 채권 시장의 동반 하락으로 전체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다만 대체투자 부문의 수익률만 놓고 보면 플러스를 기록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보통 주식시장이 떨어지면 채권시장이 받쳐주고 채권이 떨어져도 주식이 받쳐주는데 동시에 두 자릿수 하락세를 보인 것은 처음”이라면서 “지난 10년은 투자 환경이 너무 좋았던 편이지만 지정학적인 위험과 인플레이션 압력, 금리 상승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10년은 투자 환경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외 기업에 투자해 국부를 늘리는 KIC는 올해 한국계 스타트업을 돕고 싶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그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나 한국계 미국인 창업자가 세운 기업의 경우 국부펀드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며 “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유대계 커뮤니티가 국적을 따지지 않는 것처럼 한국계 커뮤니티도 확장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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