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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반발 무릅쓰고 결단…'전략산업 특화단지' 당근책도 검토

[수도권에 새 반도체産團]

■ 기업에 선물 보따리 푸는 정부

판교·기흥이 인력조달 마지노선

정부, 수도권 부지 특단책 내놔

세액공제율 8→15% 확대 이어

산단 입주기업 인허가 절차 단축

파격 혜택 앞세워 국내 투자 유인





정부가 수도권 입지 규제를 허물면서까지 공장 부지를 마련해주겠다고 먼저 나서는 것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일이다. 그동안 지방의 인재난을 호소하며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기업은 많았지만 역대 정부 모두 비(非)수도권 지방자치단체의 등쌀에 밀려 결정을 미루기 일쑤였다. 윤석열 정부가 수도권 내 추가 산업단지 구축 계획을 공식화하면 지자체들의 거센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결단을 내린 것은 자칫 신규 산단이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산단 지정 논의에 관여한 한 인사는 “이공계 인력을 조달할 수 있는 일종의 ‘남방한계선’은 경기도 판교와 기흥”이라면서 “인프라를 조성해주고 각종 인허가 규제를 풀어준다 한들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는 곳에 기업이 투자를 할 리 없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시계를 좀 더 넓혀보면 정부의 이번 결정은 삼성전자의 국내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그간 쏟아낸 각종 지원책의 결정판으로도 볼 수 있다. 앞서 정부는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현행 8%에서 15%로 두 배 가까이 높이는 동시에 예년보다 올해 투자가 많은 경우에는 공제율을 10%포인트 더 적용하겠다는 당근책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정부가 잇따라 선물 보따리를 풀어내는 것은 반도체 등 첨단 생산 기지를 국내에 붙잡아둘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날릴 수 있다는 절박감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은 이미 반도체 등 첨단 제품을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품목으로 꼽고 자국 땅에 핵심 기술에 기반한 제조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투자 금액의 25%를 세금에서 빼주겠다는 내용의 반도체지원법을 통과시킨 일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호응해 우리 기업이 미국 등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도 국내 투자를 주저하는 것은 우려를 더하는 대목이다. 김흥종 대외경제연구원장은 “반도체 공장은 단순히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안보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곳”이라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자국 영토 안에 생산 기지를 두기 위해 과감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 만큼 우리도 입지나 인허가 규제를 개선할 필요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걱정스러운 부분은 전략 품목의 생산 기지가 국내에서 빠져나갈수록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주변국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 유럽까지 주요국들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새로 짜고 있다”면서 “우리나라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전략산업인 반도체 생산 기지를 국내에 두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 들어 본격화하는 경기 둔화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들의 실질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정부는 국가 재정을 동원한 인위적 경기 부양에 거리를 두는 대신 세금과 규제 완화로 민간 투자를 늘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산단 지정 등을 통해 해외 투자 대비 국내 투자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점을 업계에 적극 설명할 계획이다. 해외와 달리 국내에 거점을 마련할 경우 인재 유출 우려가 낮다는 점도 국내 투자의 가장 큰 이점 중 하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사들을 만나보면 ‘현지에 공장을 신설하려 해도 국내에 지을 때보다 비용이 20% 이상 더 들어 고민이 많다’고 털어놓는다”면서 “인재 유출 문제를 걱정해 해외로 나가기를 꺼리는 기업들도 적지 않은 만큼 정부가 판을 깔아주면 국내 투자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이 같은 구애에 당장 삼성전자가 응답할지는 불확실하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반도체 추가 생산 거점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국내나 해외 등 후보지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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