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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가스공사 미수금 회계처리 논란 톺아보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요금 동결하자

2010년대 초반에도 미수금 회계 논란 불거져

정부에서 공문 보내주며 당시 논란 일단락돼

현재 IFRS재단에서 요율 규제 관련 기준서 작업

향후 미수금 회계 논란 종지부 찍을지 주목





한국가스공사(036460)는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2조 4634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2021년보다 99% 증가한 실적이었습니다.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55% 늘어나며 1조 4970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모두 증권가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스공사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주주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했습니다. 민수용 가스 판매에서 8조 60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2021년(1조 8000억 원)에 비해 5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입니다. 지난해 에너지 가격은 급등했는데, 가스요금은 그에 맞춰 인상하지 못하면서 민수용 가스에서 사상 최대 수준의 손실을 본 것입니다.

그럼에도 가스공사가 흑자가 난 이유는 이 8조 6000억 원의 손실이 ‘자산’, 즉 미수금으로 처리되기 때문입니다. 미래에 받을 수 있는 돈으로 간주하고 회계 처리를 한 것입니다. 영업 실적이 재무 공시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액주주들은 “미수금 회계 처리는 위법”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작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시작된 에너지 가격 급등세가 가스공사의 회계 처리 논란으로 이어지는 모양새입니다. 회계 전문가 중엔 지난 2010년대 초반 불거졌던 미수금 회계 논란을 떠올리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회계 업계에선 현재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에서 제정 중인 ‘요율 규제 산업’ 회계기준안이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미수금 논란이 정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미수금’ 회계와 ‘원료비 연동제’는 한 쌍


이를 이해하려면 우선 원료비 연동제와 가스공사의 미수금 회계처리 사이의 관계를 짚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원료비 연동제는 에너지 가격이나 환율 등이 급격히 오를 경우 이 상승분을 2개월 간격으로 가스요금에 반영하는 것으로 지난 1998년 도입됐습니다.

원료비 연동제 논리 하에선 가스 요금이 원가를 밑돈다고 해도 향후 요금 조정을 통해 원가 상승분을 반영한다고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당장 지금은 에너지 가격이나 환율 급등으로 손해를 본다고 해도, 향후 그 손실분을 요금 인상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손실분을 ‘아직 가스공사가 못 받은 돈’, 즉 미수금으로 본 배경입니다.

이는 ‘미수금 회계처리가 타당성을 얻으려면 원료비 연동제가 원칙대로 수행돼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원료비 연동제를 ‘FM대로만’ 시행한다면 물가 부담과 서민들의 고통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단가가 2배가량 뛰었음에도 도시가스 요금을 30% 정도에만 올린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인상폭은 서민들에게 큰 부담이어서 올 겨울철 ‘난방비 폭탄’ 문제로 번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부에서도 경기 상황이 나빠지거나 물가 불안 요인이 있으면 원료비 연동제를 당분간 유보하는 식으로 도시가스 요금을 관리합니다. 문재인 정부도 2020년 7월부터 원료비 연동제를 유보했습니다.

뒤집어서 말하자면, 원료비 연동제가 ‘원칙대로만’ 수행될 것이라고 기대하기에는 난점이 많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미수금이 향후 창출할 현금흐름이 불확실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지점에서 미수금(자산) 회계처리의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發 미수금 논란 데자뷔


가스공사 주식에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이셨다면 최근 사태를 두고 2010년대 초반을 떠올리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에도 ‘미수금 대신 손실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박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그때도 원료비 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전제 하에 회계처리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에서, 2010년대 초반과 현재의 가스공사 미수금 논란은 꽤나 닮아 있는 듯 보입니다.



발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습니다. 정부는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당시 공공요금을 동결하는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가스공사는 2008년 3월부터 2010년 8월까지 도시 가스를 도입원가 이하로 판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12년 들어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6조 원을 넘었습니다.

가스공사 미수금 문제는 회계 당국의 논의 테이블로도 올라왔습니다. 감사인 측에서 자산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금융감독원과 한국회계기준원이 가스공사 미수금에 대해 논의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론을 내기 쉽지 않았습니다. 당시 공공요금에 대해선 IFRS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재무보고를 위한 개념 체계’에서 정의하는 ‘자산’ 요건에 부합하는지가 주요 쟁점이었다는 설명입니다.

IFRS에선 △과거 사건의 결과로 취득하고 △현재 통제하고 있고 △미래 경제적 효익을 창출할 권리가 존재하는 것을 자산으로 정의합니다. 그러나 미수금의 경우 가스공사에 ‘통제권’이 있는지 모호했습니다.

이 ‘통제권’이라는 게 성립하려면, 가스공사가 손실분(미수금)을 향후 요금 인상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권리가 명확해야 합니다. 원료비 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할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통제권이 있는지도 모호하다는 판단이 가능한 셈입니다.

이후 논란이 정리된 건 정부에서 “요금 인상을 보장해주겠다”는 식의 공문을 보내면서였습니다. 당시 논의에 참여했던 한 회계 전문가는 “정부에서 당시 할 수 있었던 일은 ‘몇 년 후엔 가스 요율을 올려줄게’라고 말하는 것이었다”며 “다행히도 그 공문서가 나온 뒤 환율과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과거 손실이 자연스럽게 상쇄되고 당시의 이슈도 일단락됐다”고 전했습니다.

새 IFRS 기준에 따라 미수금 회계 바뀔 수도


회계 전문가들은 IFRS재단 산하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제정 중인 ‘규제자산과 규제부채’ 회계기준서에 따라 가스공사의 미수금 회계처리 동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정부와 맺은 계약에 따라 요율을 결정하는 회사들이 요금 규제로 인해 손실을 본 부분을 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IASB는 지난 2021년 관련 공개초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그간 IFRS에는 가스공사처럼 정부의 요율 규제를 받는 기업에 적용할 회계처리 기준이 없었습니다. 이번 회계기준서 최종안이 나올 경우 미수금 논란 역시 어느 정도 정리의 발판을 마련하지 않을까 전망되는 이유입니다. 다만 언제 최종안이 나올지는 미정입니다.

IFRS 개정안에선 원료비 연동제처럼 정부와 기업이 맺은 요율 계약을 ‘규제 협약’이라고 정의합니다. 개정안은 현재 실제 수익이 정부와의 규제 협약에 보장된 총 수익(허용보상총액)보다 작아 손해를 본 경우 이를 향후 보상받을 것이라고 간주하고 자산(규제 자산)으로 잡도록 허용할 방침입니다. 가스공사의 미수금과 같은 논리입니다.

다만 문제는 가스공사가 IFRS 개정안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가스공사가 개정안에 따라 미수금을 회계처리하려면 ‘원료비 연동제에 따라 향후 요금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야 합니다. 하지만 원료비가 폭등할 경우 정부에서 물가 안정 등을 목표로 요금을 동결할 수도 있습니다.

원료비 연동제를 ‘규제 협약’으로 볼 수 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것입니다. 최악의 경우 새 회계기준에 따라 미수금을 모두 손실로 계상할 가능성도 있다는 배경이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가스공사도 지난 2021년 회계기준원에 제출한 검토 의견에 “원료비 연동제 시행 지침을 중단할 수 있는 유보 규정이 존재한다”며 “유보 중단에 관한 규정이 불명확해 이론적으로는 요율 반영이 무기한 연기될 수 있어 지침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한 회계 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언제든지 요율 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가스공사가) 정말 요율 규제 산업에 해당하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관건은 정부에서 2010년대 초반 당시와 비슷하게 회계기준과 관련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 회계사는 “손실분을 보전하지 않고서는 가스공사가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와 가스공사 간 약정 등을 통해서 회계기준 개정안에 맞추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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