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 월별 거래량이 4개월 만에 1만 건을 회복했다.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라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두드러졌지만 올 들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입주 물량이 증가해 전셋값이 40%가량 떨어진 데다 금리 부담도 줄어들면서 전세 수요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1만 586건으로 전월(9876건)보다 700건가량 늘었다. 전세 거래량이 1만 건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0월(1만 722건) 이후 4개월 만이다. 임대차 계약 신고 기간이 30일인 점을 고려하면 거래량은 더 늘어나 지난해 금리 급등기 전 거래량인 1만 1000~1만 2000건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전월세 거래 가운데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2월 50%로 연중 최저점을 찍은 뒤 올 1월 57%, 2월 58%로 회복했다. 3월은 신고 기간이 7일에 불과하지만 67%가 전세 거래로 나타났다. 3월 들어 체결된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3건 가운데 2건이 전세 거래인 셈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지난달 전세 거래 상위 지역을 살펴보면 강동구가 1242건으로 가장 많았다. 전월(621건)보다 거래량이 2배 늘었다. 이어 송파구(926건), 노원구(854건), 강남구(757건), 강서구(706건) 순으로 거래량이 많았으며 노원·강서구는 전월 대비 거래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세 거래가 늘면서 월세 거래량은 소강 상태다. 월세는 지난해 12월 1만 133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들어 1월 7586건, 2월 7690건 거래되며 감소세를 보였다.
전세 거래가 다시 살아나는 것은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며 전셋값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는 지난해 2월 3일 전용면적 84.99㎡ 전세(21층)가 17억 5000만 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3월 4일 같은 평형(23층)이 9억 6000만 원에 거래됐다. 1년 새 전셋값이 반토막났다. 영등포구 신길동 보라매SK뷰도 이달 6일 전용면적 84.98㎡이 4억 원에 거래됐는데 약 1년 전(2022년 4월 2일) 13억 원에 비하면 69% 떨어졌다. 이밖에 △대치동 개포우성1차 127.61㎡(22억 원→12억 5000만 원, 43%) △반포동 반포자이 84.94㎡(22억 원→12억5000만 원, 43%) 등도 실거래가가 가파르게 떨어지는 추세다.
이처럼 전셋값은 큰 폭으로 떨어졌는데 지난해 말 7%대에 달했던 전세대출 금리가 최근 4% 초반으로 내려온 것도 수요에 영향을 줬다. 특히 이달 2일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부부 합산 소득 1억 원 초과 1주택자와 보유 주택 가격 9억 원 초과 1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 보증을 허용한 점도 수요자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강동구 고덕동 인근의 한 공인 중개 사무소 관계자는 “이달부터 전세대출 규제가 완화된다는 소식에 지난 주말 동안 전세 매물을 보러온 손님들이 좀 있었다”며 “고덕그라시움 84㎡ 전세 급매가 6억 원에 거래된 후 매물 호가는 8억 원선으로 오른 상태”라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전세 시장에는 매매 대기 수요 및 신혼부부 같은 신규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3기 신도시 청약을 기다리는 매매 대기 수요가 상존해 있는 만큼 전세대출 금리가 떨어지면 하반기에 매매 가격과 함께 전세가격 하락 폭도 둔화되며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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