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에 앞으로 12개월에 걸쳐 155㎜ 포탄 100만 발을 추가 지원하기로 20일(현지 시간) 합의했다. 이날 미국 국무부도 추가 무가 지원 계획을 밝히는 등 서방의 힘 보태기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EU 외교·국방장관회의를 마치고 "추가로 탄약 100만 발이 우크라이나에 지원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2월 개전 이후 지금까지 EU 회원국들이 지원한 누적 탄약 규모(약 35만 발)의 3배 수준이다.
탄약 지원 자금은 총 20억 유로(약 2조 8000억원)로 EU 정규예산이 아닌 유럽평화기금(EPF)에서 조달한다. 이 중 10억 유로는 우크라이나와 탄약 구매 계약을 이미 체결했거나 재고 물량을 즉각 보내주기로 한 회원국에 일부 대금을 변제해주는 데 쓰인다. 나머지 10억 유로는 유럽방위청(EDA)가 주도하는 탄약 공동 구매에 사용된다. AFP통신에 따르면 공동구매 계약은 기존에 체결된 계약 물량이 모두 전달된 뒤인 9월께 체결되며 회원국 17개국과 EU 비회원국인 노르웨이 등 18개국이 참여한다. 이날 합의된 사항은 23∼24일 EU 정상회의 승인을 거쳐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EU 차원에서 '무기 공동구매'가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스토니아의 제안으로 처음 논의되기 시작한 이 계획은 우크라이나의 포탄 부족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고 전쟁 장기화로 탄약 가격이 치솟은 데 따른 대책이다. 대량 구매를 통해 우크라이나 지원 물량을 안정적이고 빨리 확보할 뿐만 아니라 EU 각국의 탄약 재고를 비축할 때 가격 협상력을 높이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미국도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3억 5000만 달러(약 4500억 원) 규모의 추가 무기 지원 방침을 밝혔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지원에는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탄약(로켓), 155mm 포탄, 고속 대(對)방사 미사일(HARM), AT-4 대(對)전차 무기 시스템 등이 포함됐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별도 성명에서 "러시아만이 오늘이라도 전쟁을 끝낼 수 있다"면서 "그렇게 할 때까지 우리는 필요한 만큼 우크라이나와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권과 영토를 방어하는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함께 하는 50개국 이상의 나라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한편 우크라이나의 포탄 부족 문제는 지속적으로 지적돼왔다. 에스토니아에 따르면 러시아는 하루에 2만∼6만 발의 탄약을 쓰는 반면 우크라이나는 2000∼7000발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19일에는 러시아 군이 중국제 탄약을 입수해 사용하고 있다는 일본 교도통신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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