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테니스 인구가 많아지면서 관련 패션·잡화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골프·등산 등 다른 스포츠와 비교할 때 아직 명확한 1위 브랜드가 없어 ‘해볼만한’ 블루오션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물가에 비용 부담을 느낀 20~30대가 골프에서 테니스로 대거 옮겨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시장 전망도 밝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테니스 인구는 70만 명, 패션·잡화 시장은 36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0%가량 늘어난 규모다. 6조 원 대의 골프복 시장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지난해 국내 골프복 시장 성장률이 10%대인 것을 고려하면 테니스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 추세대로라면 내년에는 테니스 인구는 90만 명, 패션·잡화 시장은 5000억 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테니스 산업은 펜데믹을 계기로 성장했다. 여러 사람과 함께 이용하는 스포츠 센터를 꺼리는 분위기 속에 소규모로 즐길 수 있고, 실내와 야외 모두 가능한 테니스가 좋은 ‘대체 운동’으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또 해외 여행이 막힌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골프 뿐 아니라 다른 종목 스포츠를 즐기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테니스 인구가 많아지자 패션 시장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부활 신호탄을 먼저 쏜 건 코오롱FnC의 ‘헤드’다. 코오롱FnC는 이날 간담회를 열고 스포츠 브랜드 헤드를 3년 만에 재출시한다고 밝혔다. 윌슨, 바볼랏과 3대 테니스 라켓 브랜드로 꼽히는 헤드는 2009년 코오롱FnC와 국내에 진출했다. 이후 오래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판매를 중단했다가, 국내 테니스 인구가 급증하는 추세에 맞춰 새롭게 선보이기로 했다. 헤드는 테니스 의류와 라켓 등 용품을 함께 취급할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워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피터 스캇 헤드 글로벌 총괄 디렉터는 “한국은 헤드가 진출한 84개국 중 테니스 성장세가 가장 가파른 나라”라며 “스포츠 선진화 국가에서 시장 점유율을 30% 이상 가져가기 위해 고급화보다는 대중화에 주력하며 매출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코트화의 원조’로 불리는 휠라도 테니스를 주력 스포츠로 내세웠다. 현재 휠라는 국내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리브랜딩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4964억 원으로 전년 대비 8% 감소했다. 브랜드 모태가 테니스인 만큼 최근 열풍에 발맞춰 20~30대를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휠라는 7~8일 서울 광화문 육조마당을 거대한 테니스 코트로 꾸민 이색 체험 행사 ‘2023 화이트오픈 서울’을 개최하며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선다. 이를 통해 올 봄·여름(SS)시즌 의류 내 테니스 비중을 20%로 확대하고, 2026년 연 매출 80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유명 테니스 선수 출신의 ‘르네 라코스트’가 만든 프랑스 브랜드 라코스테도 상징성을 내세워 국내 시장을 노린다. ‘패션 스포츠’라는 틈새시장을 파고든다는 방침이다. 라코스테 인기에 힘입어 국내 판권을 가진 동일드방레의 지난해 매출은 2954억 원으로 펜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15% 증가했다. 이밖에 ‘MLB’로 유명한 F&F(383220)는 미국 테니스 브랜드 세르지오타키니를, 국내 골프복 1위 크리스에프앤씨(110790)는 이탈리아 스포츠 패션 기업 하이드로겐을 인수하고 테니스 시장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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