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파문의 중심에 서 있는 송영길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본인의 입장을 밝히기로 하면서 그의 발언 내용이 후폭풍을 불러올지 여부에 정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총선을 1년 앞두고 대형 악재를 맞닥뜨린 민주당으로서는 꼼짝 없이 송 전 대표의 입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22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전대 돈 봉투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연다. 송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부터 파리경영대학원(ESCP) 방문연구교수 자격으로 프랑스에 머물고 있다. 앞서 관련 논란에 “주변인의 개인적 일탈”이라며 선을 그었던 만큼 이 자리에서도 본인을 둘러싼 의혹을 적극 해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송 전 대표가 기자회견 카드를 선택하면서 민주당 지도부는 난감한 모습이다. 앞서 이재명 대표가 조기 귀국을 요청한 만큼 기자회견 내용을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송 전 대표가 시간 끌기를 할수록 당에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송 전 대표의 조속한 귀국을 당이 공식 요청한 것이기에 상응하는 화답을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면서도 “본인 입장과 사실 관계를 제대로 밝히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입국해서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설명할 것은 설명하는 과정을 밟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날(17일) 최고위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며 빠른 사태 수습에 나선 이 대표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작은 논란마저 차단하기 위해 자체 조사 대신 수사기관에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아는데 송 전 대표가 조기 귀국하지 않으면 이 대표가 생각한 스텝(step)도 꼬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가 자칫 계파 갈등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비명계 일각에서는 송 전 대표를 비롯해 불법 정치자금 정황이 담긴 녹취록에 등장하는 윤관석 의원이 자진 탈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송 전 대표가 과거 부동산 투기 의혹에 연루된 의원들에게 탈당을 권고한 만큼 이에 걸맞은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종민 의원은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민주당이 이런 (탈당) 정도의 선제 조처를 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저기는 도덕성에 대한 기준이 정말 엉망이다’라는 불신을 쌓아가게 된다”며 “(송 전 대표가 귀국하지 않고) 버티는 것은 당과 본인에게 엄청나게 큰 부담이 된다. 정정당당하게 해명하고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도피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비명계 재선 의원도 “송 전 대표가 부동산 투기 의혹 당시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도 않고 자당 의원들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하지 않았었냐”며 “본인은 탈당보다 더 큰 선택을 할 필요도 있다”고 압박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 또한 CBS 라디오에서 “이번 사건의 사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면 지도부로서는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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