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여명]벤처 장애물 더 걷어내라

■오철수 선임기자

R&D지원 등 추가지원책 내놨지만

규제 여전히 심해 벤처투자 저조

부채율 200%-해외투자 20%제한 등

CVC족쇄 풀어 제2벤처붐 조성을

오철수 선임기자




정부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벤처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20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혁신 벤처·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보증·융자와 연구개발(R&D) 등에 정책자금 10조5000억 원을 추가로 지원키로 했다. 지난 1월 29조7000억 원 투자 계획에 이어 3개월 만에 추가 지원대책이 나온 것이다. 이날 대책에는 은행의 벤처 펀드 출자 한도를 2배 늘리고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이 국내 창업기업의 해외 자회사에 투자할 경우 국내 기업 대상 투자로 간주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가 불과 3개월 만에 벤처 지원 추가 대책을 내놓은 것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따른 금융시장 경색 등으로 벤처 업계가 빙하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1·4분기 국내 벤처펀드 결성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78.6%나 줄었다. 내수 침체와 수출부진 등으로 경기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창업 불씨마저 꺼지면 우리 경제는 사면초가에 빠지게 된다. 정부가 이날 추가 대책을 내놓은 것은 어떻게 해서든 경기회복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면 이걸로 충분한 것일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정부가 이날 정책자금 지원 중심의 대책을 내놨지만 경제를 살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장벽부터 제거해 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날 정부 대책에는 아쉬운 점이 엿보인다. CVC만 하더라도 이런저런 규제 때문에 여전히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2021년 12월부터 일반 기업의 지주회사도 중소기업 창업투자회사나 신기술사업 금융전문회사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CVC로의 자금 유입은 저조하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창업투자회사 신규 투자 규모는 6조7640억 원에 그쳤다.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되기 이전인 2021년(7조6802억 원)보다 11.9%가 줄었다.



이처럼 CVC 투자가 부진한 것은 규제와 관련이 있다. 물론 투자 감소가 전적으로 규제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난마처럼 얽힌 규제는 기업들이 CVC 투자를 머뭇거리게 한다. 공정거래법상 CVC는 총자산의 20%를 초과하는 금액은 해외 기업에 투자할 수 없고 부채비율도 200%로 제한돼 있다, 펀드 내 외부자금 유치도 40%까지만 허용된다. 계열사나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는 투자할 수가 없다. 이날 대책에는 이런 핵심 규제에 대한 언급이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일부 정부 부처는 금산분리 규제를 더 풀 경우 대기업에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하지만 얽히고설킨 규제를 놔두고 민간 기업의 벤처투자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공정 등을 명분으로 대기업을 규제하나 미국 등 벤처 투자가 활발한 나라들은 기업의 규모가 크다고 해서 별도의 제약을 가하는 경우는 없다. 구글과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거대 기업들이 창업투자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4차 산업혁명은 더 가속화될 것이다. 이제 디지털 전환은 기업 생존의 필수요소가 됐다. 이런 혁신의 원천을 기업 내부에서만 찾는 것은 한계가 있다. 기업들이 CVC 설립을 통해 외부에서 참신한 사업 아이디어를 찾아 나선 이유다. 정부가 민간 투자 확대를 통한 경기 회복을 바란다면 좀 더 과감하게 CVC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이를 통해 2000년대 초반과 같은 벤처 붐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 침체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를 살리고 산업 구조조정을 이루는 길은 여기에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