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 공장에 대한 별도의 장비 반입 기준을 마련해 다년간 첨단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조치를 1년 단위로 유예하기보다 기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우리 정부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한국 기업에 대해 대중 웨이버(면책) 규정을 두는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워싱턴 정가와 한국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 공장에 대한 별도 장비 기준을 마련해 현재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를 한층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 사정에 정통한 한 재계 관계자는 “고사양 반도체를 중국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 문제를 양국이 지속적으로 협의해왔고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다양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한 상태이며 이는 10월 종료된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기업들의 경영 부담을 줄이고 공급망 안정을 보장할 수출통제 방안을 긴밀히 논의해왔다. 현실적으로는 ‘수출통제 1년 추가 유예’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이참에 한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 공장에 대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자는 논의도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수출통제 유예가) 10월 후에도 상당 기간 연장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별도의 장비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특정 사양 이상의 반도체 장비를 반입하지 못하게 하거나 반도체 기술 수준에서 별도 한도를 정하는 방식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중국 반도체 기업으로 기술이나 장비를 이전할 경우 페널티를 부과한다는 엄격한 조건을 붙일 가능성도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한국 기업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온 만큼 직접적인 피해를 당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해왔다”며 “이번 조치가 현실화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불확실성이 걷히게 되는 만큼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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