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가 1990년대 초반 버블 붕괴 직전 수준까지 상승하면서 그 배경과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는 지난 19일 0.77% 오른 3만 808.35에 장을 마쳤다. 이는 1990년 8월 이후 약 33년 만에 최고치다. 닛케이지수는 지난 11일부터 7거래일 연속 올랐다. 도쿄증시 1부 종목을 모두 반영한 토픽스(TOPIX) 지수 역시 이날 0.18% 오른 2161.69로 장을 마감하며 역시 1990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6거래일 연속 상승이다.
이는 엔화 약세에 따른 기업 실적 호조, 기업의 주주 친화정책, 미국 및 중국 등 주요 경제국에 비해 양호한 경제여건 등의 여파 때문이다. 엔달러 환율은 코로나가 터진 2020년 초 달러당 100엔대에서 거래됐지만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디커플링(탈동조화)으로 지난해 10월 150엔까지 올랐고(달러 대비 엔화 약세) 최근에도 138엔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미국은 금리를 올리는 반면 일본은 계속해서 돈을 풀면서 엔화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기업의 해외 진출로 엔화 약세가 기업 실적이 미치는 영향이 덜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그럼에도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거래소가 주주 친화정책을 주문한 것도 원인이다. 지난 4월 초 도쿄증권거래소는 도쿄증시 상장사 3300여 곳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도는 상장사는 주가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공시하고 실행해 달라”고 공문을 보냈다. PBR 1배 미만은 시가총액이 회사를 청산한 가치보다 낮은 상태다. 일본 상장사 중 PBR이 1배가 안 되는 기업은 전체의 40%에 이른다. 이에 미쓰비시상사, 후지쓰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고 미쓰비지중공업은 배당을 대폭 늘렸다.
미국, 중국 등에 비해 거시경제 성적표가 양호한 것도 한몫을 했다. 미국은 지난 1년간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중국 역시 4월 도시청년 실업률이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긴 20.4%를 기록하며 청년층 고용 불안이 심각한 실정이다. 4월 소매판매, 산업생산, 고정자산 투자액등 3대 실물경제 지표도 모두 시장 예상을 밑돌았다. 반면 일본의 1분기 경제성장률(연율 기준, 전 분기 대비)은 1.6%로 시장 예상(0.8%)을 훌쩍 뛰어넘었다.
관심은 앞으로다. 현재 추가 상승을 점치는 전문가가 많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엔화 약세 등으로 토픽스가 결국 9% 추가 상승해 235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토픽스는 33년 만에 최고치를 달리고 있지만 1989년 사상 최고점에 비해서는 여전히 25%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달톤인베스트펀트의 벨리타 옹 회장은 “그동안 일본 기업 경영진들이 수익을 투자자와 나누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식이 너무 오랜 기간 싼 값에 거래됐다”며 낙관론에 힘을 실었다.
크레셋캐피탈의 잭 앨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일본 주식에 대해 약 50% 규모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며 “일본 주식은 여러모로 저렴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다만 그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오를 것 같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에샛매니지먼트원의 오기하라 다케루 최고 투자전략가도 “주가가 상당히 급등했기 때문에 경계심이 있다”며 “주가가 더 높이 올라가기에는 거시경제적 측면의 지원이 여전히 다소 약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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