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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아기까지…난민 12명 탄 보트 바다로 떠밀어낸 '이 나라'

그리스 바다를 떠돌던 난민 아기가 튀르키예 경비대에 구조되고 있다. EPA 연합뉴스 갈무리




그리스 정부가 아프리카 내전을 피해 목숨을 걸고 온 난민들을 엔진이 없는 고무보트에 태워 바다 한복판으로 추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난민 중엔 생후 6개월 아기도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11일 정오께 그리스 남부 레스보스 해안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과 보도에 따르면 해안가 도로에서 난민 12명은 남성 몇 명의 감시 속에 승합차에서 차례로 끌어내려진 뒤 그리스 해안 경비대 순찰선으로 떠밀려 올랐다. 순찰선은 바다를 가로질러 에게해 한복판으로 가더니 그리스 영해를 벗어나자마자 난민들을 엔진도 없는 고무보트로 밀어낸 뒤 그대로 돌아가 버렸다.

돛도 닻도 없이 뗏목과 다름없는 비좁은 고무보트에 갇힌 이들의 머리 위로는 직사광선이 쏟아져 내렸고, 발밑으로는 시커먼 바닷물이 출렁였다. 약 1시간정도 버텼을 때쯤 가까스로 튀르키예 해안 경비대에 구조됐다.

이처럼 엔진이 없는 보트에 난민을 태워 바다 한가운데 추방하는 것은 유럽연합(EU)법과 국제법상 불법이다.

난민 중에는 20대 엄마와 생후 6개월 아기, 40대 엄마와 2~17세 자녀 6명, 20대·30대 남성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내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고향 땅을 떠나 수년 간 정처 없이 타향을 떠돌아야 했던 처지였다고 한다.

소말리아 출신의 나이마 하산 아덴(27·여)은 6개월 된 아기를 품에 안은 채 울음이 터졌다며 “그들이 무자비하게 우리를 고무 뗏목에 태웠을 때 우리는 그날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했다”고 보트에 탔던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역시 소말리아 출신인 슐레카 압둘라히(40·여)는 2013년 예멘으로 이주했으나 내전이 격화하면서 여섯 자녀를 데리고 튀르키예로 이동했다가 유럽으로 가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리스에 도착했을 때 복면을 쓴 남성들이 다가와 국경없는의사회(MSF)에서 일하고 있다고 속였다고 했다. 또 그와 자녀들의 히잡을 벗기고 몸을 수색해 소지품을 모두 빼앗아갔다고 전했다. 압둘라히는 “그들은 우리가 가지고 있던 돈, 휴대전화 등 모든 것을 가져갔다”고 말했다.

동아프리카 에리트레아 출신 밀리옌(33·남)도 레스보스에서 그리스 남성들에게 휴대전화를 빼앗겼다면서 자신의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를 돌봐주고 있는 이웃들의 번호가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는데 어머니에게 어떻게 연락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나는 내 어머니의 생사 여부조차 모른다”면서 “어떻게 어머니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흐느꼈다.

튀르키예로 온 난민들의 운명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NTY는 전했다. 현재 소말리아 여성들과 일부 자녀들은 난민 수용소에 억류된 상태다. 수용소에 있다가 법원 명령으로 이달 초 빠져 나온 마흐디(25·남)는 수용소가 감옥과 같았다며 그곳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즈게 오우즈 변호사는 많은 난민들이 강제 추방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 수 개월간 수용소에 머문다고 설명했다. 그는 “난민들이 튀르키예에서 국제적 보호를 신청할 권리가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NYT에 전했다.

한편 이같은 현장을 적나라하게 담은 영상이 공개되면서 그리스 정부는 오는 21일 총선을 코앞에 두고 정치적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이같은 이민 정책을 “냉정하지만 공정하다”며 옹호하고 불법 밀입국 비율이 90%에 달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EU 지도자들은 미초타키스 총리를 봐주는 분위기라고 NYT는 보도했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지난 2020년 “그리스는 유럽의 방패”라며 난민의 역내 유입을 막기 위해 그리스에 약 7억8000만달러(약 1조284억 원)의 재정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유럽 국가 대부분이 난민에 대한 그리스의 규제 강화에 동조해왔다고 NYT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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