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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하루] 과거제 폐지와 ‘공을기’

조영헌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

1905년 9월 2일

중국의 문호 루쉰




1905년 중국 지식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어떻게 중국을 구할 것인가’하는 문제였다. 당시 지식인들이 몸담고 있던 청나라는 외부 세력의 공격과 내부적인 반란이 겹치면서 왕조의 생명력이 끊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찬란했던 18세기 강희·옹정·건륭의 성세(盛世)가 거짓말 같았다. 기억 속의 전통과 중요한 것들을 오랫동안 이어가려면 얼마나 강력한 변화가 필요할 것인가.

청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던 원세개(袁世凱)와 장지동(張之洞) 등 여섯 명의 독무(督撫)들은 과거제 폐지를 요구했다. 청 조정은 1905년 9월 2일 과거제를 폐지한다는 황제의 유지(諭旨)를 반포했다. 이로써 직전 해인 1904년 5월의 과거를 마지막으로 13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과거제는 영원히 막을 내렸다. 대부분 과거 출신자로 구성됐던 관료들의 맹렬한 반대가 있었지만 숨이 끊어지려는 청나라를 조금이라도 연명하기 위한 극단적인 처방이었다.



과거제가 폐지되고 나자 그때까지 과거를 목표로 했던 지식인들의 공부는 거의 쓸모가 없어져 버렸다. 반면 지적이고 학문적 직업에서 출세의 길이 확장돼 중국 청년들에게는 새로운 선택의 기회가 많아졌다. 해외 유학은 그 대표적인 활로였다. 1905년 당시 일본에 유학해 의학을 공부하던 루쉰은 이러한 새 조류에 힘입어 신(新)지식인의 대표자이자 중국의 문호가 됐다. 루쉰은 과거제가 폐지되고 15년째 되던 1919년 ‘공을기(孔乙己·쿵이지)’라는 제목의 짧은 소설을 발표했다. 소설은 과거제가 폐지된 후에도 머리가 굳어 새로운 학문을 배우지 못한 채 점점 시대에 뒤떨어져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게 되는 구(舊)지식인을 풍자적으로 묘사했다. 100여 년이 지난 2023년 중국에서 ‘공을기’는 대학을 졸업한 청년 실업자를 상징하는 유행어로 재소환됐다.

한국의 대표적인 입시 제도인 대학수학능력시험도 1994년 시작된 지 30년이 돼가면서 과거제처럼 시험 지옥만 만드는 듯하다. 우리 학생들도 공을기가 되지 않도록 대학 신입생 선발에 있어 새로운 창안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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