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중반 ‘강철서신’을 통해 주체사상파 이론을 처음 소개한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NK네트워크) 연구위원이 중국은 북한 핵 문제 해결 의지가 전혀 없으며 최근 북한과 중국·러시아 3국이 밀착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가 더 악화할 요인이 있다고 밝혔다.
14일(현지 시간) 주뉴욕총영사관과 함께 북한 정치범 수용소 문제를 다룬 애니메이션 ‘트루 노스(True North)’의 상영과 토론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한 김 연구위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원래부터 중국이 북핵에 대한 해결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많았는데 최근 들어서는 의지가 거의 다 없어진 것 같다. 그런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는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발사체 ‘천리마-1형’을 발사한 것을 두고 이달 초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은 “북한의 안보 우려는 정당하다”고 감쌌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8일부터 19일까지 베이징을 방문해 북핵과 미사일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이지만 뚜렷한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적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 입장에서는 그동안 굉장히 고립돼 있었는데 북중러와 한미일 대립 관계가 형성되면 과거에 비해 활로가 생긴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북한이 (무역 및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게 되면 내부적으로 강압적인 태도를 조금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갖는다”면서도 “북중러 관계가 강화하면 할수록 탈북민 강제 북송 같은 문제는 악화하면 악화했지 개선될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과 한국·미국 사이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개선되면 북한의 인권 문제가 풀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일부 개선되는 측면이 있을 수 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체제와 관련된 부분은 더 강하게 탄압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체제 핵심 부분은 전혀 변화가 없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정치범 수용소 운영도 한동안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MZ세대를 중심으로 왜 우리가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의문을 갖는 이들이 많다. 그는 “현대사회에서 굉장히 강조되는 것이 보편적인 인권과 인류애적인 관점”이라며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가 생각했던 북한과의 민족의식이 약화된 건 사실이지만 가장 가까이 사는 이웃이고 보편적인 인류애로 봐도 북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우리가 세계시민으로서 의식을 발전시키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진보 세력은 북한 인권에 관여하거나 언급하는 것을 꺼려한다. 젊었을 때 북한 인권 문제는 거론할수록 역작용이 있다는 사고가 깊숙이 깔려 있다”며 “하지만 북한 인권 문제는 끊임없이 얘기하고 공론화해야 하며 그것이 북한 인권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BBC는 비밀리에 인터뷰한 북한 주민들이 식량이 부족해서 이웃이 굶어 죽었다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BBC는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의 지원으로 평양과 중국 국경 근처 마을 등에 거주하는 일반 주민 3명을 인터뷰했으며 이들이 북중 간 국경 폐쇄 이후로 굶어 죽거나 법 위반으로 처형당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의 상황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고 BBC는 전했다. 북한 경제학자 피터 워드는 “평범한 중산층의 이웃이 굶어 죽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아직 전면적 사회 붕괴나 대규모 아사는 아니지만 좋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BBC는 김 위원장도 식량 위기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등 상황의 심각성을 시사한 바 있지만 핵무기 개발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BC는 북한이 지난해 63발의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는데 이 비용은 5억 달러(약 6375억 원)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북한 연간 곡물 부족량을 메꾸고도 남는 규모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