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발발 73주년과 정전 70주년을 맞아 참전 용사들의 희생과 용기를 기억하는 기념 행사가 세계 곳곳에서 열렸다. 멕시코·콜롬비아·미국·프랑스의 참전 용사들은 이날 행사를 계기로 한국에 대한 기억을 되새기는가 하면 “한국전 참전에 자긍심을 느낀다”는 소회를 나타내기도 했다.
24일(현지 시간) 멕시코시티에 있는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저에서는 ‘제1회 멕시코 참전 용사의 날’ 행사가 마련돼 70여 년 전 한국에 파병돼 전장을 누빈 멕시코 생존 참전 용사 3명과 작고한 7명의 유족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대사관과 포스코 등 현지 한국 법인은 참전 용사를 소개하는 영상을 준비해 고마움을 표현했으며 후손들에게 장학금도 수여했다. 특히 고령의 참전 용사들은 포스코 측에서 마련한 지팡이를 받고 크게 기뻐했다. 멕시코 참전 용사 회장인 돈 로베르토 옹은 “70여 년 전 한국에서 우리는 단순한 전우가 아니라 가족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모든 이의 메아리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잊지 못할 하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 주콜롬비아 한국대사관도 이반 벨라스케스 고메스 국방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6·25 추모 행사를 열어 참전 용사 후손 200명에게 2만 7000달러(3600만 원 상당)의 장학금을 수여했다. 콜롬비아는 라틴아메리카 국가 중 6·25 전쟁에 공식적으로 5100명의 전투 병력을 파병한 유일한 국가다. 이왕근 주콜롬비아 대사는 “콜롬비아는 한국과 함께 전쟁의 폭력에 맞선 혈맹이자 형제와 같은 나라”라며 “함께 번영의 길로 나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도 텍사스주와 워싱턴주·하와이 등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국전 참전 용사들을 기리는 추모 행사가 잇따라 열렸다. 미군은 한국전에 파병된 195만 명의 유엔군 중 절대다수인 178만 명을 차지하고 있다.
주휴스턴영사관은 참전 용사와 가족, 휴스턴 한인회 등 120여 명이 참석한 ‘6·25 전쟁 73주년 및 정전협정 70주년 기념 행사’를 재향군인회 미중남부지회와 공동으로 24일 열었다. 총영사관은 올해 행사에 유엔군으로 한국전에 참전했던 16개국의 텍사스주 소재 외교단도 특별 초청했다. 이날 참석한 참전 용사 밥 미첼은 “7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치열했던 전투 상황은 지금까지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고 했다. 총영사관은 미 해병 1사단 소속으로 파병돼 1950년 9월 서울 수복 전투 및 10월 장진호 전투에서 활약한 고(故) 에디 그레이엄 하사에게 평화의 사도 메달을 수여했다. 고인의 딸이 참석해 대리로 메달을 받았다.
주호놀룰루총영사관도 한국전 참전용사회와 함께 호놀룰루 펀치볼에 있는 미 태평양국립묘지에서 참전 용사와 가족, 동포 단체 등 300여 명이 참석한 6·25 전쟁 73주년 기념 행사를 열었다. 참전 용사 밥 이모세는 “전후 70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이 세계의 경제 강국이자 민주국가로 성장한 데 보람을 느끼며 한국전 참전에 큰 자긍심을 갖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도 참전 용사와 가족들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3일 ‘프렌즈 오브 코리아 나잇’ 행사를 열어 참전 용사 4명에게 평화의 사도 메달을 증정했다. 이 중에는 71년 만에 유해가 송환된 참전 용사 앨런 터틀도 포함됐다. 메달은 그를 대신해 조카들이 받았다.
프랑스 파리에서도 23일 파리4구에 세워진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 앞에서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는 행사가 열렸다. 파트리크 보두앙 프랑스 참전협회장은 “프랑스 참전 대대가 268명 전사, 1008명 부상 등 많은 희생을 치렀지만, 오늘날 한국이 세계 10위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는 토대가 됐다는 데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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