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2분기에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연착륙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개인소비가 미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기업들이 기대 이상의 투자를 단행하면서다. 미국 내 투자를 장려하는 바이드노믹스와 경제활동을 누르려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행보가 대립하는 형국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27일(현지 시간) 미 상무부는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2.4% 증가했다고 밝혔다. 올 1분기(2.0%)보다 성장 폭이 더욱 커졌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 1.8%도 상회했다.
개인소비와 기업투자가 성장 축이 됐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개인소비는 2분기 연율 1.6% 올랐다. 1분기(4.2%)보다 상승 폭은 둔화됐지만 전체 성장률 중 절반(1.12%포인트)가량에 기여했다.
기업투자는 급증했다. 2분기 민간의 비주거 부문 투자는 연율 7.7% 늘어 1분기 0.6%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기업투자 유치 정책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방정부가 반도체 제조 공장이나 전기자동차 공장에 지원금을 줘 투자를 유치한 것이 고금리 환경 등 투자가 줄어들 만한 다른 요인을 압도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 인플레이션은 오히려 둔화했다. GDP와 함께 발표되는 2분기 개인소비지출(PCE)물가지수는 2.6% 올라 1분기의 4.1% 상승보다 완화됐다. 이는 다우존스 예상치(3.2% 상승)를 밑돈다. GDP가격지수 역시 같은 기간 1.9%를 기록해 1분기 3.8%의 절반 수준으로 둔화했다.
2분기 GDP 발표 이후 시장에서는 미국 경제가 큰 충격 없이 물가를 낮출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회계 기업 RSM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조지프 브루수에라스는 “경제 회복력의 정의를 알고 싶다면 미국 경제를 보면 된다”면서 “절대적으로 견고하다”고 침체 가능성을 부정했다.
백악관은 이 같은 경제 성장세가 바이드노믹스의 성과라고 주장했다. 이날 백악관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는 공식 블로그에서 “제조 시설에 대한 투자가 2분기 전체 GDP 성장 가운데 3분의 1 이상 기여했다”며 “이는 40년 만에 가장 높은 비중으로 바이드노믹스가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연준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기업투자가 늘면 인플레이션이 2% 목표까지 내려가는 시점도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소비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거나 고물가가 고착되는 부작용도 배제할 수 없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최고미국이코노미스트인 애나 웡은 “2분기 GDP는 확장적 경제정책을 펴는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줄이려는 연준의 노력에 맞서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만약 경기 침체가 미뤄진다면 연준은 현재 예상보다 금리를 더 올려야만 하며 이의 원인은 바이드노믹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연착륙 기대 자체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전히 실업률이 3.6%로 낮아 인력 수급이 이어지는 데다 소비 역시 초과 저축이 소진되는 연말께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TF증권의 겐나디 골드버그 전략가는 “1990년과 2000년·2007년 등 경제가 내리막길을 걷기 직전에 시장의 기본 전망은 연착륙이었다. 시장은 균열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침체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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