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을 보내야 할 남미 국가들이 북반구 못지않은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유례없는 고온이 전 세계를 덮친 가운데 브라질 벨렝에서 7~8일 열리는 아마존협력조약기구(ACTO) 정상회의를 앞두고 남미 국가들 사이에서도 ‘기후 재앙’에 대한 위기의식이 확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 시간) 겨울이 한창인 남미 국가에서 기온이 줄줄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더위 경보가 발령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이번 주 기온은 섭씨 30도를 돌파해 평균 8월 기온(약 14도)의 두 배 가까이 끓어올랐다. 이는 1942년(24.6도) 이후 117년 만에 최고치다. 칠레 역시 1일 중부 산간 도시 비쿠냐·치긴토 등의 기온이 40도에 육박했다.
NYT는 이날 기준 아르헨티나 북부, 칠레·파라과이·볼리비아 등 남미의 ‘허리’ 부근에 위치한 지역들이 30도를 훌쩍 넘기며 평년 온도보다 약 6~9도 이상 더울 것으로 관측했다. 브라질 역시 지난달 중순부터 30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지며 역대 최고 7월 기온을 경신한 상태다. 30여 년간 세계 기온을 추적한 기상학자 막시밀리아노 에레라는 “남미 곳곳에서 역대 최고 8월 기온을 기록하고 있다”며 앞으로 최소 5일 이상 폭염이 지속될 것이며 40도에 도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남반구의 6~8월 예년 기온은 북반구의 12~2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엘니뇨와 지구온난화의 결합으로 강력한 고기압대가 열돔을 형성해 장기 폭염 사태를 초래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기후학자인 마르틴 자케스 칠레 콘셉시온대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칠레 폭염 사태는) 미래를 보여주는 창문”이라며 “지금 매우 극단적으로 보이는 기후가 몇 년 내로 점점 정상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가디언지는 남미에서 극단적 이상기후가 포착된 시점에서 열리는 ACTO 정상회의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릴 것으로 내다봤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주최한 이번 회의에서 남미 8개국 정상들은 아마존 열대우림 보존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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