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무화과 농사는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안 됩니다.”
17일 전라남도 영암군 삼호읍의 한 무화과 농장. 베트남 출신인 나한(43) 씨가 허리를 숙여가며 이제 갓 수확철을 맞은 무화과를 땄다. 2m가량의 나무를 아래서부터 찬찬히 훑어보는 움직임이 익숙한 듯 자연스러웠다. 나한 씨는 요즘 같은 수확철에는 매일 오전 5시 30분부터 정오까지 일한다. 농장주 한영오(48) 씨는 “주변 농장에서 무화과를 따는 인력은 대부분 베트남·중국·캄보디아 등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라며 “고령화와 일손 부족으로 이제는 이들과 함께 일하지 않았던 때로 돌아가기는 힘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영암군은 인구가 2013년 5만 9061명에서 지난해 5만 2395명으로 줄어 ‘인구감소지역’으로 분류된다. 결혼 이민자로 귀화한 여동생을 따라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온 김혜영(38) 씨는 “지난해에도 이곳에서 일했고 내년에도 다시 오고 싶다”며 “겨울이 되면 일감이 없어 베트남에 돌아갔다가 여름에 다시 온다”고 말했다.
충청북도 음성군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는 필수 존재다. 기초자치단체들은 외국인을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외국인 계절 근로자 제도’를 확대하는 추세다. 외국인 계절 근로자는 장기취업비자(E-8) 체류 자격으로 기본 5개월간 체류할 수 있고 1회에 한해 3개월 범위 내 연장해 최대 8개월간 취업이 가능하다.
캄보디아인 7명을 고용해 음성에서 농장을 운영 중인 주철성 씨는 “외국인이 없으면 수확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농번기에는 계절 근로자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의식 음성군 농촌활력과 농촌인력팀장은 “고령화가 심해지고 있어 외국인 인력 수요는 더 늘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 노동자의 증가는 지역 경제 활성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7월 기준 음성군의 등록 외국인은 1만 1519명으로 전체 인구(10만 3217명)의 약 10%에 달한다. 1979년도 이후 내국인 인구는 줄곧 9만 명대를 유지했지만 외국인 유입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2014년 전체 인구가 10만 명을 넘어섰다. 늘어난 외국인이 소비 주체로도 부상하면서 지역에 ‘돈’이 도는 긍정적 효과까지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음성군 금왕읍에서 22년째 패션 잡화점을 운영하는 서영원(71) 씨는 “가게 매출의 90%가 외국인 노동자인데 주말에는 인근 거리가 매우 붐빈다”고 말했다. 고소피아 음성군 외국인도움센터장은 “과거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월급을 받으면 대부분 본국에 송금했지만 요즘은 휴일에 문화 생활도 즐기면서 소비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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