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의 2014년은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의 시기였다. 여전히 개인용컴퓨터와 윈도우 운영체제로 확고한 시장지배력을 유지했고 돈도 잘 벌고 있었지만 2010년부터 애플의 아이폰,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주도하는 모바일 혁명의 근처에 진입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당시 일부 언론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CEO 자리를 아무도 맡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사설을 통해 성장 없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비꼬기도 했다. 설상가상 뒤늦게 인수한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은 1년도 지나지 않아 10조 원 가까운 손실을 안기며 더 깊은 나락으로 끌고 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해를 마지막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성장 경로를 발견하게 된다.
이듬해 새로 취임한 사티아 나델라 CEO는 휴대전화 사업 실패를 인정하고 7800명에 달하는 인력을 감원했다. 당시 전체 직원의 약 6% 규모로 충격적인 수준이었지만, 더 놀라웠던 것은 핵심 사업 전략의 전격적 전환이었다. 1990년대 이후 한 번도 벗어나지 못했던 윈도우 중심 생태계를 버리고, 클라우드라는 새로운 사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과거 경영진들이 감히 손대지 못했던 영역이었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부문은 2019년까지 연평균 70%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하며 아마존에 이어 세계 2위로 올라섰고 결국 2019년 4월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며 시총 1위 자리에 등극하게 된다. 클라우드는 이후 인공지능(AI)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가교가 됐다.
2023년 1월,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시 한 번 1만 명 수준의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구조조정이 없었다는 점도 있지만, 핵심은 사업 중심을 AI으로 더 빠르게 전환하기 위한 조직 재편이었다. 발표 닷새 후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100억 달러 투자를 전격 발표하고, 생성형 AI 기능을 전 제품군에 통합하기 시작한다. 챗GPT와의 협업은 이후 시장 선점으로 이어졌고, 실적 서프라이즈가 이어지며 애플을 밀어내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이 된다.
그리고 올해 5월과 7월 초, 잇따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실적은 여전히 호조지만, 회사는 스스로 지금의 투자와 속도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과거 사례를 떠올려보면, 감원은 단순한 비용절감이 아니라 다음 성장 국면을 준비하는 새로운 전략의 전조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전략적 방향을 제대로 잡았던 2015년 7월 이후 딱 10년 만인 현재 주가는 1000% 가까운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 감원과 재편의 움직임은 또 다른 미래의 승자를 가를 결정적 순간일지 모른다. 결국 성장하는 산업의 흐름을 주도하고 선점하는 전략만이 급변하는 AI 생태계에서 시장을 선도할 것이다. 투자자라면 지금 이 시점에 벌어지고 있는 파격적이고 전격적인 움직임이 앞으로 10년 후 업계의 판도를 바꿀 핵심 변곡점임을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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