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글로벌 제조업 경기 하강 국면이 주요국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된 후에나 회복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 등을 중심으로 이례적으로 가파르게 상승한 금리가 내구재 수요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중국이 부동산 경기 부진 등으로 회복이 지연되면 더 늦춰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한국은행 조사국은 ‘글로벌 제조업 경기 평가 및 우리 경제에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제조업은 당분간 부진을 이어가겠으나 내년 이후 글로벌 금리 인상 사이클 마무리, 재화 소비 정상화, 재고 확보 재개 등으로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가 언제 종료될 것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먼저 글로벌 제조업 경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강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팬데믹 시기 급증했던 재화 소비가 지난해부터 글로벌 통화 긴축 여파로 둔화된 가운데 방역이 완화된 후 가계 수요가 여행 등 서비스 부문으로 쏠리고 있다. 기업 이익이 축소되고 경기 불확실성도 커지면서 제조업 투자와 생산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에 제조업 부진 기간이 과거보다 길어진 데다 서비스업과의 경기 격차도 이례적으로 크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 성장세 약화도 글로벌 제조업 부진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올해 중국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하면 글로벌 경제에 대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재화보다는 자국 내 서비스 중심으로 소비가 회복돼 영향이 미미하다. 여기에다 최근 부동산 침체, 대외 수요 둔화 등으로 중국 성장세가 더 약해지면서 글로벌 제조업 경기 개선에 대한 우려마저 커진 상태다.
한은은 내년 이후 글로벌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되면 재화 소비가 정상화하면서 점차 개선될 것으로 봤다. 팬데믹 초기 공급망 차질로 크게 늘었던 재고 조정이 진정되는 것도 제조업 경기 개선 요인이다. 다만 중국 경제가 부동산 경기 부진, 추세적 성장 둔화 등으로 하방 압력을 받는다면 제조업이 빠르게 회복되기는 어렵다. 특히 중국 성장 동력이 투자에서 소비로 전환하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약화될 수 있다. 한은 분석 결과 중국의 투자가 1% 감소하면 2년 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0.09% 줄어든다. 전체 평균(-0.06%)보다 높고 일본(-0.08%)과 비슷한 수준이다.
손민규 한은 국제무역팀 차장은 “최근 제조업 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있는 것은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가 마무리되고 있다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며 “바닥이라고 반드시 반등하는 것은 아니지만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면 점진적으로 재화 소비나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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