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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연속 통합우승…남자프로배구 새 역사 쓴 대한항공

V리그 챔프전 3차전서 OK금융에 3대2

초창기 삼성화재의 3연속 기록 넘어서

2일 남자프로배구 4년 연속 통합 우승 대기록을 작성한 대한항공 선수단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자프로배구 대한항공이 V리그 출범 이후 최초로 4연속 통합 우승(정규 리그 1위·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일궈냈다.

대한항공은 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3차전에서 OK금융그룹을 맞아 세트 점수 3대2(27대25 16대25 21대25 25대20 15대13)로 승리했다.

2020~2021시즌에 창단 첫 통합 우승을 달성했던 대한항공은 2021~2022시즌, 2022~2023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까지 트로피를 독식했다. 프로배구 초창기 '왕조'를 열었던 삼성화재(2011~2012시즌부터 2013~2014시즌)의 3연속 통합 우승 기록을 경신한 새로운 이정표다.

2017~2018시즌에 창단 이래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올랐던 대한항공은 통산 다섯 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우승 횟수에서도 현대캐피탈(4회)을 제치고 단독 2위가 됐다. 역대 V리그 챔피언결정전 최다 우승팀은 삼성화재(8회)다.

정규 리그에서 2위를 달리다가 막판에 극적으로 우리카드를 제치고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대한항공은 8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복귀한 OK금융그룹을 시리즈 전적 3승 무패로 가볍게 돌려 세웠다.

2021~2022시즌 대한항공 지휘봉을 잡았던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이번 시즌까지 3연속 통합 우승을 견인해 V리그에 깊은 발자국을 남겼다. V리그 남녀부를 통틀어 외국인 감독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틸리카이넨 감독(3회)과 그의 전임자인 로베르토 산틸리(1회) 전 대한항공 감독 둘뿐이다.

2014~2015시즌과 2015~2016시즌 2회 연속 우승 이후 8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복귀한 OK금융그룹은 체력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안방에서 대한항공이 우승 트로피를 드는 걸 지켜봐야 했다.

대한항공 정지석은 기자단 투표에서 총 31표 가운데 22표를 얻어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정지석의 챔피언결정전 MVP 수상은 2020~2021시즌과 2022~2023시즌에 이어 개인 통산 세 번째다.



대한항공의 통합 4연패 완성은 5세트 가서야 이뤄졌다. 9대9부터 두 팀은 한 점씩 주고받는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13대13에서 세터 유광우는 팀에 즐비한 주포 대신 정한용에게 공을 올렸다. 정한용의 시간차 공격이 성공해 대한항공은 챔피언십 포인트에 도달했다. 마지막 점수는 미들 블로커 김민재의 손끝에서 나왔다. 조재영의 토스를 받은 김민재는 상대 블로커가 준비할 새도 없이 빠르게 손을 휘둘렀고 그대로 상대 코트에 공이 떨어졌다. 그 순간 대한항공 선수들은 모두 쏟아져 나와 승리의 기쁨을 마음껏 즐겼다.

송희채 대신 공격력이 뛰어난 박성진을 선발로 출전시키는 승부수를 띄운 OK금융그룹은 1세트 중반까지 분위기를 타고 앞서갔다. 앞서 1·2차전에서 무거운 몸놀림을 보여준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와 신호진 쌍포가 이날만은 힘을 냈다.

대한항공도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단기 영입한 왼손잡이 공격수 막심 지가로프(등록명 막심)의 공격을 앞세워 치열하게 맞섰다.

OK금융그룹은 21대22로 끌려가다가 레오의 강타와 상대 범실, 곽명우의 블로킹으로 세트 포인트 24점에 먼저 도달했다. 그러자 대한항공도 상대 범실과 곽승석의 퀵오픈, 막심의 백어택으로 3연속 득점해 맞불을 놨다. 막심은 25대25에서 2연속 백어택 득점으로 1세트의 주인공이 됐다.

벼랑에 몰린 OK금융그룹은 2세트 혼신의 힘을 다해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바야르사이한 밧수(등록명 바야르사이한)의 속공과 박성진의 서브 에이스, 레오의 강타로 3대0으로 앞선 채 2세트를 시작한 OK금융그룹은 3대2에서는 4연속 득점으로 넉넉하게 앞서갔다. OK금융그룹은 2세트에만 4개의 서브 에이스를 터트려 대한항공이 자랑하는 리시브를 완전히 무너뜨렸고 블로킹도 3개를 잡아냈다. 레오는 2세트 혼자 7점을 냈고 박성진도 4점을 내 OK금융그룹이 25대16으로 세트를 가져가는 데 힘을 보탰다.

승부의 분수령인 3세트를 지배한 선수는 레오였다. 레오는 3세트에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20점이 넘은 뒤에도 엎치락뒤치락 시소게임을 펼친 두 팀의 희비는 서브에서 갈렸다. 대한항공이 20대22로 끌려가던 가운데 정지석의 스파이크 서브가 OK금융그룹 코트를 때렸다. 정지석은 다시 한 번 모서리 쪽으로 강하게 서브했고 선심은 아웃을 판정했다. 그러자 주심은 자신의 재량으로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으나 라인을 살짝 벗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기세가 오른 OK금융그룹은 신호진의 후위 공격과 레오의 블로킹을 묶어 3세트를 25대21로 정리하고 경기를 뒤집었다.

대한항공은 4세트 시작과 동시에 한선수와 막심을 벤치로 불러들이고 유광우-임동혁을 투입하는 '더블 스위치' 카드를 꺼냈다. 이들은 지친 대한항공에 힘을 불어넣었고 리시브까지 살아나면서 쉽게 경기를 풀어 나갔다. 대한항공 리베로 정성민은 레오의 스파이크에 여러 차례 몸을 던져 공을 살려냈고 정지석과 임동혁 등 대한항공 공격진은 이를 득점으로 연결했다. 결국 대한항공이 4세트를 25대20으로 챙겨 경기는 마지막 5세트까지 갔다.

마지막에 웃은 팀은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은 5세트에서 임동혁이 맹공을 퍼부었고 정지석도 결정적인 블로킹으로 힘을 보탰다. 대한항공은 4세트부터 주전 세터 한선수와 외국인 선수 막심을 빼고 유광우-임동혁으로 챔피언 포인트를 찍는 뚝심을 보여줬다.

이날 대한항공은 정지석과 임동혁이 나란히 18득점으로 팀 내 최다 득점 선수가 됐다. 막심은 13득점, 정한용은 10득점을 했다. OK금융그룹은 레오가 트리플 크라운을 포함해 양 팀 최다 33점을 퍼부었으나 체력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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